[국감 대해부] (上) 국감,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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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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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한 가운데 반쪽 국감으로 진행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이 났다. '부실국감', '맹탕국감' 등 매년 따라붙는 수식어도 어김없이 나왔다. 국감은 입법부인 국회가 정부 정책을 감시·검증한 결과 혹은 그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행정부의 시정을 요구하는 자리다. 지난 1988년 부활해 29년째를 맞은 국감이지만, 매해 '국감 무용론'이 제기된다. 제대로 실태를 들여다보고 바로잡아야 할 때다.
 
'F학점'. 역대 최악의 점수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올해 20대 국회 1년차 국감에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애초에 예고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정당은 올 여름, 전당대회를 치르며 지도부 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9월 들어 본격 국감에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여당 보이콧(거부)까지 벌어졌다. 각 정당의 전문위원과 보좌진을 제외하고,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준비가 됐느냐는 물어보나마나한 질문이다.
 
◆ 잦은 사·보임, '전문성' 떨어져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 6월 13일 이후 약 5개월이 지났다. 본지가 국회 공보를 살펴본 결과, 이 기간 18개 상임위 중 11곳의 상임위(전임+겸임)에서 총 28번의 의원 사임 및 보임이 있었다.
 
통상 상임위 배정은 의원들의 희망을 바탕으로 조율한다. 관련 업무 경험이 있거나, 기존 직업 등을 바탕으로 배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보임이 잦다는 것은 이런 배경들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전문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 운동을 하다 국회에 입성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정작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외교통일위원회로 배정받아 농성에 돌입했던 건은 전문성과 무관했던 배정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추 의원을 미방위로 넣으면서 다시 상임위 조정이 있었고,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의원과 김진표 의원은 2번에 걸쳐 상임위를 맞바꾸며 10여 일만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는 올해만 유독 두드러지는 현상이 아니다. 앞서 19대 국회의 마지막 1년이었던 지난해 한 해동안 의원 교체 등 사·보임이 이뤄졌던 횟수는 총 181번에 달했다. 19대 국회가 문을 닫은 지난 5월 말까지 보면, 이 횟수는 203번으로 늘어난다.
 
새누리당 중진인 정갑윤 의원은 올해 2월 법제사법위원을 사임하고 환경노동위원으로 보임했다가 다시 법사위를 간 다음, 또다시 정무위원회로 옮기기도 했다. 약 두 달간 이러한 사·보임이 이뤄졌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올해 국감에 대해 "전문성과 소수자 배려를 위해 선출된 비례대표 의원이 가장 많이 배치된 위원회는 환경노동위원회(16명 중 8명 비례)였지만, 대다수 의원이 노동전문가였음에도 노동문제는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피감기관 직원들이 답변 자료 준비로 여념이 없다. [사진=연합뉴스]

◆ "일단 부르고 보자" 증인 불러다 고성 여전
 
과도한 증인 및 참고인 채택 역시 매해 지적되는 문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발표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19대 국회 때 기관 증인은 2012년 3368명, 2013명 3547명, 2014년에 3426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4173명으로 4000명을 넘어섰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막상 불러놓고 질의를 하지 않는다거나 서면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는 국감 정국에서 '핫 이슈'로 떠오른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질의에 묻혀 정책 검증, 국정 비판의 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초선으로 첫 국감에 임했던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국토교통위 상임위장에서 "미르재단에 대한 의혹에 대한 질문도 필요하겠지만 여러 의원들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는 말아달라"면서 "각종 현안에 대한 질의가 활발한 민생, 정책국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기재위 국감에서 "의원들은 고함지르지 말고 예의를 갖추라. 이런 게 일종의 갑질 아닌가, 저분들이 피의자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올해 국감에 대해 "감사도 안하면서 피감기관을 불러 놓고, 국감진행과 증인채택 논란으로 피감기관 앞에서 정쟁을 하고, 피의자도 아닌 피감기관을 죄인취급하거나 모욕ㆍ호통치는 행태가 여전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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