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자살보험금 난타전…아직도 '보험사=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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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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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행정제재가 대법원 판결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최근 만나는 생명보험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지난달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논란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대법원 판결과 별도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게 행정제재를 가하겠다고 한 데다 정치권마저 자살보험금 특별법을 만들겠다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관심이 집중된 삼성, 한화, 교보생명 같은 대형생보사는 더 전전긍긍이다. 여론이 악화돼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을까 두렵지만 그렇다고 보험금을 지급하자니 억울한 측면이 많다. 보험사 입장에선 애초에 받지도 않은 돈을 토해내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마당에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경영진은 배임죄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행정당국의 월권이 자살보험금 복불복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진 않았을 텐데 금감원이 무리하게 개입하면서 가입자간 형평성 문제까지 야기시켰다는 주장이다. 보험사 고위 임원은 “금감원이 보험사를 압박하면서 같은 약관인데 어떤 가입자는 받고, 어떤 가입자는 받지 못하는 우스운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앞서 대법원은 잘못된 약관에 대한 책임도 보험사가 지는 게 맞다고 판결했다. 이만하면 보험사들도 베껴쓴 약관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셈 아닐까.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국민적 감정이 '보험사=나쁜놈'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가입자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낸 적 없는 다른 사람들의 보험료를 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번 사태로 한 때 로펌 게시판에는 받은 보험금의 2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의 글이 넘쳐나기도 했다. 보험사가 나쁜회사라면, 다수의 우리는 과연 선량하기만 한지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보험금은 보험사의 돈이 아니다. 당연히 그 돈도 매월 보험료를 성실하게 낸 주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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