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 화공생명공학부 정용철 교수.
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석탄가스화 복합발전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저비용의 연소 전 공정에서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나노다공성 물질을 국내 연구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찾는 데 성공해 중장기적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산대는 화공생명공학부 정용철 교수를 주축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석탄을 가스화해 전기를 생산하는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연소 전 공정에서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나노다공성 유기금속 구조체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스'지 온라인판에 'In silico discovery of metal-organic frameworks for precombustion CO₂ capture via genetic algorithm'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4일 게재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 발전소에 이산화탄소 포집장치를 설치한다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은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기 전에 추출한 후 압력을 가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운반해 지하 깊은 곳에 지중저장 하거나 석유시추의 효율을 높이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포집장치에 들어가는 물질로 고체흡착제의 일종인 유기금속 구조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엔 크게 연소 후 포집 기술과 연소 전 포집 기술, 그리고 산소 연소 기술이 있다.
연소 후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인 '연소 후 포집 기술'은 기존 공정에 적용하기에 가장 용이한 기술로 기존의 연구결과들은 이 기술에 맞는 고체흡착제의 발견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포집을 고려하는 경우 이산화탄소 포집비용·발전원가 등에서 '연소 전 포집 기술'을 적용한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이 차세대 석탄 발전으로 유리하다.
이에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소에 적용될 수 있는 연소 전 포집 기술의 온도·압력·기체조성에 맞는 고체흡착제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소 전 이산화탄소 포집 개념도.
MOF(유기금속 구조체)는 유기 리간드와 메탈이온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삼차원 구조체로서 지금까지 실험을 통해 조합돼 학계에 보고된 수만 6000개가 넘는다. 이론적으론 수백만 개 이상의 MOF가 조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MOF 중 연소 전 포집에 적합한 MOF를 찾기 위해선 각 MOF의 성능들을 일일이 모두 실험적으로 테스트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주어진 MOF의 성능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실험에 들어가는 자원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MOF의 성능을 예측한 뒤 이를 실험적으로 실증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대규모 분자전산모사'라는 컴퓨터 방법론을 이용해 수많은 MOF의 성능을 미리 컴퓨터상에서 예측하고 그 중 연소 전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에 적절한 'NOTT-101/OEt'라는 이름의 MOF를 새롭게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견된 NOTT-101/OEt는 기존 연소 전 이산화탄소 포집 상태에서 실험한 MOF 중 가장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Mg-MOF-74보다 60% 이상 높은 이산화탄소 흡착량을 보였다. 이 물질을 연소 전 이산화탄소 포집장치에 쓴다면 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컴퓨터를 통해 MOF의 성능을 예측하는 데 걸리는 컴퓨터 자원(CPU시간)을 머신러닝기법의 하나인 유전알고리듬을 이용해 1/100로 단축했다.
기존의 대규모 분자전산모사 방법은 수많은 컴퓨터 자원(CPU시간)를 할애해 모든 MOF 물질들의 성능을 계산하는 소위 'brute force'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MOF들의 성능이 좋지 않기 때문에 brute-force 방법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MOF들의 성능을 계산한다는 것은 컴퓨터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유전알고리듬을 적용해 좀 더 효율적으로 MOF의 '물질공간'을 탐색할 수 있게 해 새로운 MOF물질을 발견하는 데 쓰이는 컴퓨터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부산대 정용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 방법과 전산모사 방법의 조합을 통해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물질들을 컴퓨터에서 탐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앞으로 실험 연구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흡착제 개발에 관한 연구들을 계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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