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일본 증시에서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적인 주식 투자 자금들은 일본을 포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는 19일 보도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부정적 견해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올해들어 9월까지 일본증시에서 빠져나간 해외 자금은 590억달러(66조6110억원)에 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조사대상으로 삼고있는 33개 시장 중에서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붕괴되던 1987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순자본유출 규모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이유로 블룸버그는 효과없는 아베 내각의 경제 정책과 끝을 모르고 치솟는 엔을 꼽았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본의 장기간 침체를 끝내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무제한 양적완화 등 대담한 통화정책을 골자로 추진된 아베노믹스는 초기에는 그런대로 효과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엔화의 강세가 계속 되면서 통화정책에만 의지한 정책을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와 통화당국은 강력한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을 해왔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에게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UBS의 이바야시 도루 일본증시 투자팀장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계속되는 매도는 그들이 얼마나 깊이 그리고 심각하게 아베노믹스에 실망했는지 보여준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특히 계속되는 엔고는 일본 경제를 타격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올들어 일본 엔 가치는 달러대비 16%나 올랐다. 주요 아시아 통화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엔은 수출주에 크게 타격을 준다. 국외 수출 가격을 높이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주가 많은 토픽스 지수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절상은 수출에 민감한 토픽스에 악재로 작용한다. 수출주가 많은 토픽스지수는 주가순익배율(PER)이 작년 9월 이후 18% 감소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본은행(BOJ)이 ETF(지수연동형 펀드) 매입을 통해 주가 하락을 막았지만,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해외자금 탓에 토픽스 지수는 올해 들어 12% 떨어졌다.
게다가 엔화의 절상은 수입물가의 가격까지 낮추면서 아베 정부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8월 소비자 물가는 5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일본 가계들은 지난 3월이후 소비를 가장 많이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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