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위험 요인들로 인해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 뉴스가 새롭게 나올 때마다 환율, 주가 등 국내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우리 경제를 위협할 대외 위험 요인으로 미국 금리인상과 브렉시트 논의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특히 이런 대외 요인들은 단기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대외 위험 요인은 미국 금리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2월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최근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 콘퍼런스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했을 때 금융체계나 가격의 안정성 측면에서 이익을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하며 금리인상 의지를 내비쳤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도 "최근 몇 달간 금리인상을 위한 근거가 강해졌다는 점"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2월 13~1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연준이 통화정책의 가닥을 잡으며 한 방향으로 계속 밀고나가는 모습을 보인 바 있어 당분간 점진적으로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연준은 인상기였던 2004년 7월~2007년 8월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1.00%에서 5.25%로 올렸다. 인하기였던 지난 2007년 9월~2008년 12월에는 5.25%에서 제로 수준까지 낮췄다.
미국 금리인상은 우리나라와의 내외금리차를 축소시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주요 변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1년 국채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3개월 후 우리나라에 투자된 주식 자금이 3조원 유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미국 금리인상이 부각됐던 작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9개월간 외국인 자본이 266억 달러나 빠져나간 바 있다.
외국인 자본 유출은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수출 등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미국 금리인상 영향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소비 위축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총재는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탓에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금 이동, 환율 변동성이 크다"면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많이 퍼져 있어 추가 완화에 조심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해당사자들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브렉시트 역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기까지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위험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년 3월까지 EU 탈퇴 조항(리스본 조약 50조)을 발동하겠다며,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영국과 유럽연합(EU)간, 그리고 영국 내에서 '소프트 브렉시트'와 '하드 브렉시트'를 놓고 의견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간 완전한 결별을 뜻한다. 소프트 브렉시트는 현재 수준에서 영국과 EU가 관계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EU의 태도는 강경하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하드 브렉시트냐, 노 브렉시트냐 뿐"이라며 못을 박았다. 그는 "소프트 브렉시트에 대해서 가정하는 것은 쓸모가 없다"며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아무런 대가 없이 EU 회원국 시절 누렸던 특혜를 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브렉시트가 어떤 방식으로 결론날 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하드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 조선, 자동차, 전자 등 EU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EU에서 떨어져나온 영국과 새로운 경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생긴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브렉시트와 같은 대외 리스크 요인의 여파를 최소화할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장병화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한 정책심포지엄에서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의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며 "우리 경제는 저출산에 따른 경쟁력 약화, 노동시장 양극화 등으로 성장 여력이 약화하고 있어 거시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