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4개월여에 걸친 롯데그룹 총수일가 경영비리 의혹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신동빈(61) 회장 등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규명조차 하지 못한데다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계열사들의 비리 의혹 수사까지 손도 못 대고 끝내면서 변죽만 울린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오후 신 회장과,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탈세와 횡령 등 혐의로 신 총괄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와 신영자(74)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이미 재판에 넘겨져 이번 수사로 기소된 총수일가는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또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인 정책본부 소속 황각규(61·사장) 운영실장과 소진세(66·사장) 대외협력단장,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 등 계열사 대표와 임직원, 롯데건설 법인 등 19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이 적용받은 혐의는 500억원대 횡령과 1750억원대 배임 혐의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 서씨와 딸 신유미(33)씨 등이 2005∼2016년 국내 롯데 계열사에 이사나 고문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508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2004년부터 롯데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한 신 회장이 다른 일가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경영권 승계 과정의 지지를 받고자 '공짜 급여' 지급을 총괄 지시했다고 판단해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그룹이 서씨와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영업이익을 몰아준 행위와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부분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별도로 신 총괄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이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액면가에 넘기는 방식으로 증여를 받은 이들이 1156억원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에게도 2005∼2015년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총수일가를 재판에 넘겼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계열사 비리 의혹과 오너의 비자금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너 비자금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신 회장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면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채 손을 떼야 했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을 캐내지 못한 것도 이 수사의 실패 요인이다. 이명박 정부 유력 인사들의 비리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수사를 시작도 못하고 종결짓게 됐다.
구속한 총수 일가는 신 이사장이 유일하다. 계열사 사장급 중에는 롯데케미칼 소송에 연루된 기준(70·구속기소) 전 사장만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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