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평택)박선미 기자 =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평택의 'LG 디지털파크'.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V20의 생산라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V20은 일주일 후 북미 출시가 예정돼 있다. 북미지역은 LG전자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시장이다. 이후 홍콩과 대만, 중국 등에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또 일본 통신사들의 요구에 따라 방수 기능을 장착한 스마트폰도 개발 중이었다.
LG전자가 이례적으로 평택공장을 공개한 것도 이를 염두해서다. LG전자는 현장 곳곳에서 '품질 최우선주의'를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돌리고 떨구고 깔아뭉개고...'가혹한 실험 반복'
LG 디지털 파크는 전체 면적이 64만㎡로, 축구장 크기의 90배 규모다. 현재 MC사업본부를 비롯해 HE·VC사업본부가 위치해있다.
이번에 기자들에게 공개된 곳은 LG전자의 프리미엄폰 생산 거점인 LG 디지털 파크 내 G2동의 조립 라인과 제품 인정실 두 곳이었다.
생산라인 입장 전, 상아색 방진복과 푸른색 덧신을 신었다. 에어워셔를 지나고 나니 5000㎡의 넓은 공간에 열을 맞춰 늘어선 23개 조립라인이 펼쳐졌다.
직원들은 외부인의 방문에도 묵묵히 제 자리에서 업무에 임했다. 이들은 재빠른 손눌림으로 각종 기능검사 및 불량 검사 등을 척척 진행했다.
이곳 G2동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90%는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었다. 모델별 생산라인 수는 하루 단위로도 바뀐다는 설명이다. 이날 V20 생산을 맡은 라인은 6개 라인이었다.
김승렬 LG전자 단말제조팀 부장은 "지금은 G5 라인과 V20 라인 비중이 비슷하지만, 이 비중은 매일매일 주문에 따라 생산계획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LG 디지털 파크는 LG전자 스마트폰 생산의 심장부다. 이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일 평균 4000대, 최대캐파는 5000대다. 월 330만대 수준이다.
3층의 제품 인정실로 이동했다. 이곳은 개발 단계에서 내구성을 시험하는 곳으로 테스트 항목은 총 1000여개, 품질 기준은 6만여개에 달한다.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최장 5000시간이 걸린다.
V20가 들어있는 약 1미터 높이의 투명한 사각 통이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었다. 이른바 ‘연속 낙하 시험’이라고 한다. 소비자가 휴대폰 사용 중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충격에 대비한 것이다.
그 옆에서는 V20 ‘낙하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LG전자 연구원이 V20를 시험기에 올려 놓고 버튼을 누르자, V20는 바닥에 깔린 철판위로 사정없이 떨어진다. 이렇게 해도 멀쩡할까 싶을 정도로 '쾅'하는 큰 소리가 났다.
철판바닥에 떨어진 V20는 후면 커버와 배터리가 분리됐지만,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하다. 전원을 켜니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액정 역시 금하나 가지 않았다.
가혹할 정도의 시험을 거친 V20는 전작인 V10보다 내구성이 우수해 최근 미국 국방성 군사표준 규격인 'MIL-STD-810G' 수송 낙하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LG전자는 강조했다.
◆LG전자, 일본에 방수 스마트폰 출시
V20와 G5 등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군에는 방진·방수 기능이 없다. 일체형이 아닌 탈착형 배터리 때문에 방진·방수 기능을 넣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제품인정실에는 스마트폰을 물 속에 침수시키는 방수 테스트 과정도 있었다. 설명을 듣자 하니, 일본향(向) 제품 개발을 위한 시험이라고 한다.
일본 이동통신사들이 온천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특성을 고려해 방수·방진 기능 장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균흥 LG전자 MC개발품질보증실 부장은 "V20에는 방수·방진 기능이 없지만, 일본 시장에서 이를 원해 방수 시험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LG전자는 'V34 이사이 비트'라는 이름으로 방수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외관 등은 V20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라인 취재를 마치고 로비를 둘러보니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상이 보였다.
"보래이,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창업주가 60여년 전 화장품 '럭키크림'을 만들 때 남긴 말이다. 이 어록은 LG전자 전 세계 80여개 생산·판매법인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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