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 간 해묵은 갈등 해소를 위해 첫 삽을 떴지만, 대가산정 방식 등이 모호하고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했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지난해 8월 재송신 협의체를 발족한지 1년만의 의결이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재송신 협상의 원칙과 절차 △성실협상 의무 위반여부 △정당한 사유없는 대가를 요구하는지 여부(대가 산정 시 고려요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특히 '방송법 제85조의2 제1항' 및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제17조 제1항'에 근거,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과정에서 사업자간 공정한 경쟁 환경 또는 시청자의 권익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제제를 하기로 했다.
통지를 받은 지상파방송사업자 또는 유료방송사업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 다만 협상을 개시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 및 협상개시 가능시기를 2주 이내에 상대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재송신료 계약과 관련해서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상대 사업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대가'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것.
방통위 관계자는 "현저하게 불리한 요구 여부는 광고수익, 가시청범위, 시청률 및 시청점유율, 방송제작비, 영업비용, 유료방송 수신료, 송출비용, 수익구조,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면서 "방통위와 미래부는 사업자가 재송신료 요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면 이를 자문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 업계는 정부의 이번 가이드라인이 재송신 협상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다만 대가 산정의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고,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가이드라인 관련 논평을 내고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첫 삽을 뜬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규제기관과의 강력한 조정력 및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도 "지상파방송사들은 본‘가이드라인’이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고 협상에 대한 원칙과 절차를 제시하여 사업자들 간 성실한 협상을 유도하는 선에서 적절히 활용되길 바란다"면서도 "(가이드라인이) 향후 협상이나 소송에 악용되거나, 대가산정과 계약체결 등 자율적 협상 영역에 개입하는 빌미로 연계돼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는 그간 재송신료와 관련해 수년 째 법적 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의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사로부터 월 280원의 재송신료를 최대 43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주장하면서 분쟁의 골은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012년 케이블업계는 지상파 고화질(HD) 방송 송출을 전격 중단해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으며, 2015년에는 일부 케이블업체들에 VOD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KT스카이라이프가 블랙아웃 위기에 몰렸지만, 방통위의 방송유지 명령으로 한시적으로 중단사태를 피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지상파 3사가 협상 과정에서 담합 소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상파가 일부 SO들에 한해 VOD를 중단시킨 적이 있다가 다시 진행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지상파의) 담합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