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경제 길을 잃다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 "대기업 제한은 下策…시장지배력 완화가 정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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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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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사진제공 = 한반도선진화재단]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경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 한국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던 대기업이 흔들리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밖으로는 중국과의 갈등 및 중국경제 연착륙, 미 금리인상, 세계적인 불황 등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간 추경 등 재정대책을 통해 경제회복의 불쏘시개로 활용했지만 이마저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와 같은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아주경제는 길을 잃은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 '경제사령탑' 임무를 수행했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에게 해법을 듣기로 했다.

박 전 장관은 우선 대기업 악재가 경제 전반으로 퍼져가는 등 높은 대기업의존도에 대해 "경제력 집중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상위 대기업의 활동을 일부러 제한해 비중을 낮추는 것은 하책(下策)에 불과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우리의 경우 선진국 표준과 동떨어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등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가 많으며, '경제 민주화'의 이름으로 이를 더 늘리려는 움직임조차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지닌 기업이 나타나고, 금융과 판로 등의 애로를 딛고 '죽음의 계곡'을 안전하게 건너 소년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 규제를 없애고,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정상화해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완화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현대자동차 파업사태에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으로 한국의 대기업 의존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그가 밝힌 해법이다. 무조건적인 대기업 죽이기는 경제활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편성에 이어 지난 6일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10조1000억 규모의 재정 금융 보강책 마련에 대해 "부진한 경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이라 추경은 자제해야 하지만, 이번 추경의 재원은 올해 목표를 초과한 세수가 뒷받침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추경예산은 구조개혁을 촉진하고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출에 대해서는 서비스산업 고도화를 통화 위기 극복방안을 밝혔다.

그는 "주력 제조업 일부는 궁극적으로 중국 등 후발국으로의 이전에 대비하더라도 서비스산업 고도화와 바이오, 녹색 등 신성장동력이 활성화될 때까지는 연착륙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도 전자, 자동차, 기계, 소재 등 경쟁이 치열한 제조업은 후발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와 스마트 공장 등에의 투자를 지속하고, 사물인터넷(IoT), 로봇, 소프트웨어와 융합을 통한 혁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와 관련, 정부의 균형있는 관리를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정부 대책에 힘입어 가계부채의 질은 개선됐지만, 총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한때 주춤하던 증가세도 2014년부터 급반등하고 있다"며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랫동안 누적된 가계부채는 달걀처럼 꽉 쥐어도 깨지고, 너무 느슨하게 쥐고 있어도 흘러내려 깨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오른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선 대학전공의 계열조정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박 전 장관은 "청년의 눈높이·인적 역량과 산업현장 수요의 괴리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고등교육의 인문사회계열(HEAL)과 이공계열(STEM) 배출인력은 5:5인 상황이나, 현장 수요에 맞춰 2:8로 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을 낮추기 위해선 "서비스산업의 문턱과 울타리를 공유경제의 틀에 걸맞게 낮추고, 정규직 중심의 노동제도 및 관행 완화가 필요하다"며 "또 선취업-후진학, 대중개방형 온라인강좌(MOOC) 활성화, 대학 학제 단축 등으로 청년의 입직 연령을 앞당기는 것도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외리스크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진단을 내렸다.

박 전 장관은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대해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우리 금리에도 시차를 두고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 금리의 단계적 정상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취약계층의 생계형 가계부채 연착륙 도모, 최근 일부 지역 부동산시장 거품 가능성과 확대일로에 있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한국의 포지션 선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중국 경제는 투입요소, 수출, 제조업에 의존한 고속성장에서 혁신, 내수, 서비스산업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이에 따라 우리의 대중 수출도 부품, 소재, 중간재 위주에서 완제품 중심으로 변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제약이 많지만 서비스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커 환경, 보건, 문화산업과 농·축·수산업 등은 우리의 비교우위와 지리적 근접성 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선 "사회 상규와 동떨어지거나 민간 자율을 제약하는 무리한 내용이 많지만, 뿌리 깊은 접대문화와 지대 추구를 근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가지 관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며 "첫째 유혹이 강한 부서와 직종, 파급효과가 큰 선출·고위·특정직에 치중하고 둘째로 적용범위와 기준 등을 차츰 정상화해 궁극적으론 자발적 준수를 할 수 있게끔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처벌보다 원인근절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정부 역할을 줄이고, 공직의 투명성과 경합성을 높이며, 시장친화기제를 확대하는 것이 반부패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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