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다시 허술해진 보안의식, 정부세종청사 변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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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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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한 중년의 부부가 국토교통부 정문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는다. 그 때 자전거를 타고오던 제복 입은 직원을 발견한 남성이 거수경례를 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자전거를 탄 직원은 정문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명령조로 “놔둬, 내가 안내할꺼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신분증을 요구했던 또 다른 직원이 답한다. “그럼 기록 안하겠습니다.”

이 상황은 소설 속 상황이 아니다. 10월 19일 오후 2시께 국토교통부 맞은편 정부청사 정문에서 있었던 실제 상황이다.

올 봄 공시생에게 정부서울청사가 뚫리고, 정부는 대대적인 보안관리 시스템 개편을 천명했다.

지난 4월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가 핵심 시설 경비와 방호, 전산 장비 보안, 당직 근무 등 모든 보안 관리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도 기자회견에서 “청사 보안 강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보안 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청사 보안관리는 청사 직원과 친분이 있다면 오히려 문턱이 낮아진 모양새다.

이 같은 의식은 공무원들의 ‘나만 아니면 된다’ 식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공시생에게 정부청사가 뚫리고, 인사혁신처의 PC가 해킹당했을 때만 해도 마음을 졸이던 공무원들은 범행대상이 토익 등으로 넓어지자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한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시생이 수능, 토익 등에서도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청사 보안이 무너졌다는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누구라도 공시생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안일함이 공무원 조직 내에 팽배함을 보여준다.

이 같이 철저한 자기반성 없으니 국무총리가 나서고, 행자부 차관이 약속을 해도 정부청사 근무자들의 보안 의식은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다시 19일 오후의 상황이다.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는 직원의 말에 자전거를 탄 남성은 익숙한 듯 대꾸한다. “그래.”

이 날의 상황은 국무총리가 공언한 보안관리 시스템은 예산만 들어가고 여전히 진전이 없음을 보여줬다. 오늘도 국민의 세금은 안일함 속에서 낭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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