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감독기구의 권한 확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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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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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각종 금융기관의 업무 및 재산상황에 대하여 검사하고 위반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한다.”

금융감독원의 주요 활동으로 소개된 내용이다. 소개 내용처럼 금감원의 역할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전한 금융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국내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소비자 보호는 금감원의 근본적인 설립 취지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금감원의 설립취지가 조금씩 무색해지고 있다. 조사권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물리적 한계라는 장벽 때문에 건전한 금융시장 질서 확립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최근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정사업본부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은 우체국의 보험판매 행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체국에서 예적금·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불완전판매가 일어날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정감사에서는 우체국보험의 경우 미지급 비율이 민간보다 훨씬 높지만, 금감원의 영역 밖이라서 이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보험은 미래부 산하 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서 운영하는 유사보험으로 분류돼, 보험업법을 적용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금융권에 대한 조사권 한계가 부른 결과다. 조사권 한계로 인한 문제는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금감원은 수십년간 악습으로 행해져온 밴(VAN)사들의 리베이트를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조사를 펼치고 있다. 주요 밴사들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밴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감원은 비금융권인 대형 가맹점(유통업체)에 대한 조사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렇다보니 밴사들만 조사해 리베이트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서는 리베이트 여부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분야에 상관없이 전방위 직권조사를 펼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금감원의 한계는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금감원도 한계에 부딪히자 뒤늦게 조사권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금융위원회와 함께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등 주무부처가 다른 곳에서의 금융거래 관련 민원이 금감원으로 들어오니 애매한 실정”이라며 “금융위와 함께 조사권 확대를 위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정치권도 조사권 확대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최근 김선동 의원(새누리당)은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권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며 금융당국도 이를 검토 중에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제도 정비를 통해 조사권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만 부여받으면 오히려 조사가 부실해질 수 있어 필요 사항에 대해 공동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밴 리베이트를 조사하는 여신전문검사실 관련 팀의 인원은 3명에 불과한 정도다. 조사권을 부여받아도 물리적 한계로 인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핀테크 활성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해외 금융시장 진출 등 국내 금융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에 위치해 있다.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국내 시장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고, 이는 건정한 시장 환경 조성이 전제가 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제적인 감독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감독기관의 권한 확대는 물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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