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관영언론이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재개한 것에 대해 거센 불만을 표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2일 '美 디케이터호, 남중국해 알몸 질주' 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미군 구축함의 겁없는 질주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의식해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혼란을 조장하려는 것"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군 구축함 디케이터호가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에 투입돼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 게리 로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해당 구축함의 활동 범위는 중국이 만든 인공섬인 융싱다오(永興島·싼사시 정부청사 소재지)와 중젠다오(中建島·영문명 트리턴섬) 까지 이른다"고 밝혔다.
미군 군함의 투입은 최근 필리핀의 태도 변화 등과 상관없이 미국은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해군은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남중국해에서 총 네 차례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해당지역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 대만, 베트남 등의 불만에 대해서는 "디케이터호는 해당 해역에 위치한 섬들과 12해리 거리를 유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는 "친(親)중국 성향을 보인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찾아 남중국해 분쟁은 차후 대화를 통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미국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또 미국이 남중국해 분쟁의 해결이 아닌 남중국해의 혼란을 원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또 "이번 도발은 남중국해 혼란을 조장할 만한 협력자가 없다면 미국 혼자서라도 분쟁을 만들겠다는 뜻을 전 세계에 대놓고 보여준 것과 다름없다"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알몸의 질주'로 비유했다.
중국 당국도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국방부는 21일 저녁(현지시간) "미군 군함이 시사군도 영해에 제멋대로 진입했고 이는 중대한 불법행위이자 고의적인 도발행위"라며 "중국 해군 군함 두 척이 미국 디케이터 호를 발견하고 즉각 떠날 것을 경고했고 앞으로는 항공 및 해상 순찰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또, 미국의 방해 속에서도 중국과 필리핀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진 것을 높게 평가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라는 복잡한 사안은 우선 제쳐두고 양국의 실질적 이익에 기반한 협력을 약속하며 역내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중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필리핀은 21일 남중국해 분쟁 관련 사안에 대한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무력이 아닌 우호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로 했다"는 중국 측 입장을 지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필리핀 국방협력 강화 양해각서' 준수를 약속하며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마약·테러 범죄자 척결을 위한 공조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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