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7공화국 헌법 개정을 위한 개헌이 차기 대선정국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2년 3개월 만에 정계 복귀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개헌을 통한 ‘새판 짜기’에 불을 댕기자, 여야 개헌파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개헌을 고리로 한 ‘제3 지대론’ 형성이 대권발(發) 정계개편의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야 주류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가 개헌에 소극적인 데다, 개헌파의 입장도 동상이몽, 개헌 지대 형성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 4년차 하반기와 5년차가 개헌 블랙홀 정국에 빠지면서 권력투쟁만 일삼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정치 혐오증’만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개헌 속내는 ‘판 흔들기’…비주류 매개체
23일 여야와 정치전문가에 따르면 ‘개헌’은 정계개편의 국면마다 나오는 단골이슈다. 표면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 등의 명분을 내걸지만, 속내는 ‘판 흔들기’, 즉 여야 권력구도의 새판 짜기다.
차기 대권 고지에 근접한 선발 주자보다 후발 주자들이 ‘내각제’, ‘분권형 개헌’(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등을 꺼내는 이유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현재도 친박·친문계보다는 여야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계가 개헌에 적극적이다.
여권에선 비박계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분권형 개헌,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4년 중임제를 각각 선호한다. 여권 대열에서 이탈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도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소수만이 개헌을 반대한다.
야권에서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등 앞선 후보들은 개헌에 소극적이다. 최근 이들은 “불가능한 일에 힘 낭비 안 된다”, “개헌 이전에 할 일이 많다”고 각각 잘라 말했다. 다만 차기 대선 과정에서 ‘개헌 공약’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후발 주자인 손 전 대표와 ‘비패권지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등 후발 주자들의 목소리는 거센 상황이다.
◆ 빨리지는 개헌파 움직임…靑 최대변수
개헌파의 대표적 시나리오는 여야 비주류의 ‘제3 지대 헤쳐모여’다. 여권에선 비박계, 야권에선 비문계 등이 탈당해 새로운 대권지대를 만드는 시나리오다. 이른바 ‘비박·비문 제3 지대론’이다. 개헌론이 제3 지대론 정계개편의 촉매제인 셈이다.
판은 무르익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개원 시작과 함께 개헌론에 불을 지핀 가운데,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국제사무총장회의 참석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출국했다. 여기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의회연맹(IPU) 회의에 참석하는 정종섭·이만우 새누리당, 박영선·진영 민주당,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다. 청와대와 여야 주류인 친박·친문계가 개헌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판 흔들기’에 불과한 개헌이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개헌을 고리로 한 제3 지대론자들의 개헌 결은 다 다르다”며 “목적도 다르고 지향점이 같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의중도 변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발 개헌’에 선을 그으며 개헌 불씨를 일시에 꺼트린 바 있다. 다만 임기 4년차 후반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직면한 박 대통령이 타개책으로 개헌론을 꺼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반기문 대망론’이 불거졌을 당시 친박계 내부에선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반기문-국무총리 친박계’ 시나리오가 흘러나온 바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개헌은 대통령의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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