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토종 SW 수장인 김상철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회장과 박대연 티맥스소프트(이하 티맥스) 회장이 '글로벌' 이란 닮은꼴 행보를 보이며 업계에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세계적 SW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를 타깃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시장의 성격과 점유율 등을 놓고 보면 MS를 향한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덧붙여 말하면 '무모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들은 '반MS 정서' 분위기와 SW를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 경쟁해 볼 만 하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한컴과 티맥스가 국내 SW 업계에선 '자존심'으로 불리는 이유에서다.
실제 김 회장이 노리는 글로벌 오피스 시장에서 MS의 점유율은 91%, 박 회장이 잡으려는 국내 OS시장에서 MS의 점유율은 97%나 된다.
인수‧합병(M&A) 귀재라는 별칭이 붙은 김 회장은 쓰러져가던 한컴을 2010년에 인수해 살려냈다. 이후 5년여 만에 글로벌 오피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때 '괴짜 개발자‧괴짜 기업인'으로도 불렸던 박 회장은 운영체제(OS)시장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영업맨 출신의 김 회장과 고졸 출신의 박 회장은 승부사적인 화끈한 성격과 기질로 결국 '영업맨의 전설'과 '야간상고의 신화'로 불리고 있다. 두 회장 모두 올해 사상 처음 매출액 1000억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MS의 독점에, 기업들은 익명으로 'MS를 대체할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고, 현 정부도 SW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어 정부와 공공기관이 토종 SW의 프로그램 활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해도 국내 제품의 품질과 현 창조경제 정권이 말기라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김 회장과 박 회장이 사업 추진 의지와 목표는 확고하고 도전적이지만, 사업을 이끌어가는 방향성과 성향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김 회장은 'M&A 귀재' 답게 가능성 있는 기업을 인수해 키워나가면서 사업에 빠르게 진출해 가는 반면, 박 회장은 '괴짜'란 별명에 더해 '국내SW 산증인'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개발자로서 정통적인 기술로 정면 승부를 펼치는 성향이다.
그러다보니 김 회장은 대외적으로 많이 나서지만, 박 회장은 특유의 개발자 모습처럼 좀처럼 앞에 나서질 않는다.
정통 SW인이 아닌 김 회장은 2010년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해 회장이 되면서 뒤늦게 SW와 인연이 닿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M&A 전문가가 IT기업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겠느냐’는 세간의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11년 1분기부터 2013년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분기 최대 매출과 함께 2015년엔 최대 경영실적을 내며 의구심을 잠재웠다.
그 기간 자신의 장점인 M&A로 SW관련 기업들을 줄줄이 인수하고 자회사를 설립, 규모를 키운 김 회장은 한컴오피스 네오를 통해 이제 과감히 MS와 맞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5%까지 끌어올린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반면 박 회장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도전의 연속이다. 사회 첫 직장인 은행에서 일하게 되면서 SW에 관심을 갖게 돼 1997년 회사를 설립, 이후 국산 토종OS 개발에 전념했다. 10년 후 2009년 MS를 물리칠 '티맥스윈도'를 공개한 바 있었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했다.
올 초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 박 회장은 11월 중 B2B(기업대기업)시장을 중심으로 OS가 상용화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은 이번엔 현재 IT시장의 핵심인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아마존과 MS를 타깃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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