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문지훈 기자 =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은행 쏠림만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수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비은행 사업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각 금융지주사들의 전략이 실패로 끝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협업이 단순한 상품 개발이나 판매 채널 공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 불가, 마케팅 한계 드러나
금융지주 내 각 계열사들은 각자 보유한 고객정보를 활용해 상품 개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케팅에는 직접 사용할 수 없다. 즉 고객정보를 분석해 상품을 출시했지만 분석한 고객 성향에 따라 마케팅하는 것이 아닌 창구에서 고객이 문의하면 소개하는 형식의 수동적인 구조에 머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양쪽의 고객정보를 활용해 고객군을 타깃팅한 뒤 고객 성향에 맞춰 마케팅을 해야 하는 데 고객정보 공유가 제한적이다보니 한계가 있다"면서 "고객이 창구에 찾아오면 이런 상품이 있다고 소개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지주 계열사 간의 정보 공유는 극히 제한적인 상태다. 지난 2014년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이후 금융지주사와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가 원천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개인 정보를 활용하려면 반드시 고객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이 관계자는 "비식별화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지만 그 범위가 모호한 탓에 금융사들도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해 사용하는 정보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 야심차게 출발한 통합복합점포도 실적 없어
한 점포에서 은행, 증권, 보험사가 함께 영업하는 금융복합점포 역시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금융회사 복합점포에 보험사 입점이 허용된 후 보험이 들어간 '통합복합점포'는 4개 금융지주에서 9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보험 복합점포 9곳에서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간 체결된 보험 계약은 289건에 그쳤다. 최초 납부 보험료 기준 판매금액은 2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은행과 함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카드사업 부문에서도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신통치 않다.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및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지만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의 경우,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와 협약을 맺고 임대사업자와 거주자를 연결해 월세 납부 및 임대료 관리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부수사업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한건도 없다”며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만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계열사 중 카드사가 가장 고전
신한카드를 비롯해 우리·KB국민·하나카드 등 금융지주 소속 카드사들의 3분기 순이익은 총 3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이들 카드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1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6% 줄었다.
문제는 이같은 실적에도 금융감독원에 신규 부수업무를 신고한 업체가 KB국민카드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5월 카드사 부수업무 범위를 폭넓게 허용하는 네거티브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금융안전성을 저해하거나 중소기업적합업종 금지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신한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대다수 금융지주사 소속 카드사들은 아직 뚜렷한 신사업을 결정짓지 못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신사업 대부분이 이미 다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거나 영세업종이다"며 "수익이 크지 않고, 사회적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