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방송의 ‘공공성’과 ‘상업성’, 그 필요충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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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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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 국장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 국장.]


지상파 방송의 재원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온라인 미디어들이 급속하게 팽창하며 전통적 미디어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CATV, IPTV, 종합편성채널, 위성방송, OTT 등 시간차를 두고 방송시장에 진입한 신규사업자들도 광고점유율을 급격히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는 거리가 먼 낡은 패러다임에 근거한 여러 차별적인 규제들에 얽매여 있다. 이러한 삼중고 속에서 지상파의 광고점유율은 지난 10여년 간 빠르게 위축돼 왔다. 반면 고품질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제작비는 물가상승 수준을 뛰어 넘어 폭등하는 추세다.

이러한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공익적 콘텐츠의 품질이 하락하고,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또한 지상파 콘텐츠를 중심으로 오랜 시간 힘겹게 구축해 온 ‘아시아 콘텐츠 리더’의 위상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러 가지 자구책들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킬러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함으로써 시청자 만족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이를 통한 새로운 제작 재원을 창출하려는 노력은 기본이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지상파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모바일, 인터넷 등과 결합시켜 ‘끼워 팔기 공짜 상품’으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콘텐츠 제값받기’를 위한 노력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수한 콘텐츠일지라도 광고주로부터 외면 받게 만드는 ‘중간광고 금지’의 조속한 폐지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는 이와 같은 자구노력에 임할 때마다 늘 한 가지 단골 레퍼토리에 맞닥뜨리곤 한다. ‘공공성을 챙겨야 할 지상파가 상업성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재원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이란 결국 ‘돈의 문제’인지라, 의도에 따라 본질과는 동떨어진 별도의 부정적 논란으로 환원되기 상당히 쉬운 이슈다. 일종의 ‘착시효과’가 만들어지기 쉬운 소재인 셈이다.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publicness)과 ‘상업성’(commercial viability)은 결코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보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비난이 수시로 발생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착시효과가 만연한 결과다.

지상파 방송은 방송법에 의해 다양한 공적 책임을 부여받고 있고, 그러한 ‘공공성’의 실현에는 반드시 충분한 ‘재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사가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활용되는 핵심 재원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광고, 방송 콘텐츠 판매’ 등과 같은 상업적 수단이다. 다시 말해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은 ‘상업적 수단’을 통해 성취되고 있는 셈이다.

KBS와 EBS가 시청자로부터 ‘TV수신료’를 받고 있긴 하지만,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TV수신료가 전체 국내 방송산업 매출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4.2%, 전체 지상파 방송매출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15.5%에 그쳤다. 그나마 현재의 수신료는 최초 책정 이후 35년 간 소비자 물가가 3.7배나 오르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각 유료방송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살펴보자. 매년 케이블SO는 16.88%, 위성방송사업자는 10.33%, PP사업자는 6.99%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반면 지상파 사업자의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0.38%에 불과했다.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는 경영악화로 인해 3년 전에 비해 무려 1600억원 가량의 제작비를 줄였다고 한다.

제작비를 대규모로 줄여가야만 겨우 적자를 면해갈 수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필요불가결한 ‘상업성’을 무조건 죄악으로 매도하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을 잃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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