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언론이 최근 미국과 중국 경제수장이 전화로 소통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 년간 타결점을 찾지 못했던 미·중 양국 간 투자협정(BIT) 체결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제일재경일보(第日財經日報)는 24일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왕양(汪洋) 국무원 부총리와 미국의 제이콥 루 재무부 장관이 23일 저녁(현지시간) 전화 통화로 양국 간 경제사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면서 이것이 양국간 BIT 체결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BIT는 양국 정부 당국의 보호 아래 두 나라의 기업이 차별없이 상대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약속이다. 주요 2개국(G2)로 불리기도 하는 중국과 미국은 세계 1, 2위의 해외투자국이자 투자대상국으로 이 두 대국의 BIT 체결은 글로벌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양국은 지난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제29차 미·중 BIT 협상'을 시도했고 '네거티브 리스트'와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각종 문제를 논의했다.
제일재경일보는 익명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당시 양국 대표는 협상 타결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네거티브리스트에 관한 의견차 줄이기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시점에서 양국 대표가 수화기를 든 것은 BIT 협상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29번이나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협정 체결을 위한 의견 좁히기를 시도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네거티브 리스트'를 둘러싼 의견차가 커 소득이 없었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진출을 막는 분야를 정리한 리스트를 말한다. 일종의 방어벽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6월 왕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개최된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 세 번째 네거티브 리스트를 제시하겠다며 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9월 초 중국 상무부는 "중·미 양국의 BIT 협상에 큰 진전이 있었고 세 번째 네거티브 리스트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면서 "남은 문제에 해결에 대해 상당부분 합의점도 찾았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도 9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중국은 개혁·개방 노선을 흔들림없이 견지할 것"이라며 "양국 공동의 노력으로 조속한 BIT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제일재경일보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정부도 하루 빨리 양국간 BIT 체결이 성사돼 정치적 성과를 올리고 싶어한다"면서 "이처럼 양국 정부의 의지가 맞물려 곧 BIT가 체결될 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저우스젠(周世儉) 칭화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수석연구원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 가을 안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래야만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2~3개월 임기 동안 의회 승인을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상황이 뒤집힐 변수도 많다. 최근 미국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좌초 위기에서 엿볼 수 있듯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내달로 다가온 미국 대선 등의 영향으로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승인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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