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증대되는 상황에서 SLBM을 장착한 북한 잠수함을 감시할 수 있고 유사시 선제타격까지 가능한 핵잠수함의 필요성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하지만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 군 당국도 “군사적 효용성이나 기술적 가용성, 주변국 군사동향 등을 고려해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군 당국의 언급처럼 주변국의 군사동향과 국제사회의 여론은 핵잠수함 도입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군 당국은 핵잠수함 도입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에 인도가 추가된 총 6개국이다. 모두 핵보유국이다. NPT에는 핵비보유국이 핵잠수함을 갖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핵잠수함 관련 부품이 국제적으로 거래금지 대상으로 통제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동북아의 군사력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기 때문에 핵잠수함 도입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역 안정과 균형을 깨는 행위로 보고 강력 반발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가 핵잠수함을 갖게 되면 동북아 군사력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할 경우 일본도 핵잠수함 개발에 나설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92년 첫 원자력 상선 무쓰를 제작해 운용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2년 내 핵잠수함 개발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저마다 군비증강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한일의 핵잠수함 도입 움직임은 동북아에서 군비지출 확대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으며, 일본의 핵무장 빌미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결국 국제비확산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살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중국이나 러시아는 반발할 명분도 없고 반발할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국가는 일본”이라며 “일본은 대놓고 비판은 못하겠지만 독도를 둘러싼 갈등도 있고 그래서 우리의 대응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동향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더 이상 미국 전략자산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주변국들을 설득해서 우리의 국방력을 현대화하고 전략적인 부분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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