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생활 꽃 소비를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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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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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장관[사진=농림축산식품부]

1990년대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파견근무할 때의 일이다. 파리를 비롯해 유럽의 주요도시내 시장을 둘러보면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 주부들이 장을 보며 꽃을 사간다는 것이다. 과일이나 채소를 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풍성한 꽃다발을 사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장미나 백합, 해바라기 한두 송이를 사간다. 저녁식탁에 올려두기 위해서다.

시장이나 마트마다 꽃가게가 빠지지 않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변에서 꽃가게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도매상가를 제외하면 상권이 형성된 지하철역 근처에서나 꽃가게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우리 화훼산업이 위기다. 우리나라 화훼산업 규모는 2000년대 초반 생산액이 1조원을 넘고 수출도 1억 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와 엔저영향 등으로 생산액은 6000억원대, 수출액은 3000만 달러대로 감소했다.

가뜩이나 침체된 화훼산업은 최근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더 위축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장미, 국화 등 절화류의 도매시장 거래물량은 20% 가량 줄었고, 동양란, 호접란 등 분화류 거래량은 30% 가량 감소했다.

공공기관, 언론사, 학교 등에서 법이 정한 상한액과 관계없이 축하난이나 화환, 꽃바구니를 돌려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화훼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숨쉬는 농가가 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화훼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화훼소비구조 때문이다. 가정이나 회사에서 꽃을 사고 즐기는 것이 일반화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화훼 거래금액의 85% 이상이 선물용으로 소비된다.

결혼이나 장례와 같은 경조사, 인사, 승진 등 특별한 날에 주는 ‘선물’ 개념으로 꽃을 구매하는 것이다.

물론 축하와 애도의 뜻을 표현하기에 꽃처럼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도 꽃소비에 대한 인식을 ‘특별한 것’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 화훼단체 등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관계부처와 협업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법령 해석을 명확히 해야 한다.

허용기준 적합여부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허용기준내에서 화훼소비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 화훼단체를 중심으로 실속형 화훼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조적으로 소비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유통・소비・수출에 걸쳐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비용절감을 위해 생산시설 개선을 추진하고, 생활주변에서 꽃집을 찾기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유통전문점과 협의해 꽃 판매코너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선 학교와 기업을 중심으로 ‘1테이블 1꽃(1 table 1 flower)’ 운동 등 다양한 캠페인도 추진한다. 나아가 식품, 관광, 체험 등 한류와 연계해 화훼수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화훼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나, 이를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간 관행화된 선물용 소비패턴을 생활소비로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시행 후 침체에 빠진 화훼산업을 위해서도, 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만족감을 위해서도 일상적인 꽃 소비는 중요하다.

가까운 지인이나 연인에게 몇천원 단위의 꽃을 선물하자. 시민이 출퇴근하는 대로를 꽃길로 조성하자. 우리나라도 생활속 꽃 소비가 정착돼 국민의 삶이 풍요롭고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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