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배군득 기자 =‘최순실 게이트’, ‘개헌‘. 메카톤급 이슈들이 대한민국을 단숨에 집어 삼켰다. 이로 인해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책임질 콘트롤타워조차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비선 실세로 지목돼온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사전 열람, 수정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기문란 파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국 반전을 노리며 갑작스럽게 꺼내든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도 정국을 격랑 속으로 빠트렸다. 남은 임기가 1년 남짓에 불과한 대통령이 ‘국정의 블랙홀’이라던 개헌을 오히려 주도하겠다고 나서면서 진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마저도 최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 보도가 나오면서 10시간 만에 용도폐기 운명에 처했다.
한편으로는 최씨 국정개입 의혹과 개헌 문제가 모든 국가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시급한 경제 현안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경제 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와 현대자동차 파업 등 ‘빅 2’ 기업의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올 4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의 침체에 수출과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추세를 반전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7년의 외환위기 직전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6년 52.7%에서 지난해 90.0%로 치솟았다. 지난달 실업률은 3.6%로 2005년 9월(3.6%)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청년층(만 15~29세) 실업률(9.4%)은 9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이처럼 내우외환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경제 현안 장악력 부재와 ‘땜질식 처방’만 난무하는 정책 혼선으로 혼란만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올해 마무리되면 향후 경제정챙 방향도 새로 수립해야 하는데, 정권 말기에 시장이 주목할 만한 경제정책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최근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대책은 정확한 가계대출 수요 예측 실패로 갑작스럽게 주택금융공사의 서민과 중산층용 보금자리론을 중단해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경제정책은 혼란스럽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정책 혼선이 벌어지고 있고, 법정관리 50일이 넘어서고 있는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서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상당히 유동적인데다,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은 사실상 경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현 정부가 구조개혁을 계속 추진해왔는데 결국 이룰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임기가 다하기 전에 무언가 개혁을 추진하려는 걸로 보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이런 정치적 격변이 경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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