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일] '고개 숙인'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에 보낸 연설문 유출 알았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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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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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출자는 박 대통령 최측근 참모 가능성 높아…청와대, '유출 경위, 수사하지 않겠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44개를 파일 형태로 사전에 받아보고 뜯어고치기까지 한 정황이 JTBC보도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보도가 나간 지 하루만인 25일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국민에게 드리는 사과말씀'을 발표하며 최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을 사실상 시인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최씨의 최측근이자 박 대통령의 가방 제작자로 알려진 고영태씨가 "최씨가 제일 좋아하는 건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일"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처음 나간 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었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연설문 수정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지도 않은 일"이라며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등을 미리 받아봤다는 JTBC 보도는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의 구체적인 물증인 셈이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선 이를 부인할 수 없는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사과문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보도 이후 이날 오전 내내 대책을 숙의했고,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쪽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통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데다, 국민적 분노와 충격의 파장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곤두박질치고 있는 국정 지지율에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뒷받침했던 보수와 대구경북(TK) 지지층 균열과 이탈도 가속화되면서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 파문은 박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연설문 유출에 대해 '개인 일탈'로 '꼬리자르기'에 나설 경우 국민적 의혹은 더욱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오히려 최씨와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만 증폭시켰다는 시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과 발표에서 최씨와의 관계,  최씨가 국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연설문과 내부자료를 유출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의혹투성이 최씨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벌 방침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최씨의 연설문 수정을 사실상 시인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문이 유출된 것도 인지했다는 맥락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연설문 등을 최 씨에게 건네준 장본인은 청와대에서 연설문 작성과 수정 등에 관여하는 핵심 참모이면서, 당선 전부터 박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던 인사일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연설문 유출 시점인 2012년 12월~2014년 3월 사이 연설기록비서관은 조인근 전 비서관이었다. 대통령의 1·2부속비서관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속하는 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출 경위에 따른 것은 수사가 진행되지 않겠느냐. 조금 더 엄정히 수사해서 밝혀질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JTBC는 지난 24일 보도에서 최씨의 PC에 들어 있는 파일 200여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외에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청와대 내부 문서도 발표 전에 최씨가 미리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연설문과 홍보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듣고 도움을 받았다"는 발표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만약 JTBC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 유출 등 범법 행위를 떠나 '국기문란' 비판 여론에 정면으로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 올라온 2014년 3월 박 대통령 드레스덴 연설문(왼쪽)과 JTBC가 24일 보도한 최순실씨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한 드레스덴 연설문 문건(오른쪽). 이날 JTBC는 드레스덴 연설문의 경우 붉은 글씨 부분이 실제 연설에서 바뀌는 등 수정 정황도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진=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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