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이욱연 서강대학교 중국문학 교수를 만나 중국을 제대로 보기 위한 창(窓)을 물었을 때 이 교수가 일성으로 내뱉은 말이다. '중국을 어떻게 봐야하냐'는 질문에 대해 냉전시대와 전통시대를 거치며 우리에게 형성된 이분법적 시각을 버릴 것을 이 교수는 주문했다. 즉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은 서강대학교 중국연구소 개소식이 있는 날로, 초대 연구소 소장을 맡은 이 교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적 요소가 융합된 중국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중국차(茶)를 내놓으면서 인문학자들의 중국연구에 대한 중요성도 덧붙였다.
"중국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어서 핵심은 중국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방법이다. 많은 중국학 연구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회과학적으로만 접근한 한계가 있다. 인문학의 경우도 지나치게 중국의 고대에 한정된 연구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생각과 의식은 양국 간에 형성된 오래된 역사적 배경 아래 형성됐다. 긴 시간대에 축적된 우리의 중국관과 중국인에 대한 인식은 역사시대와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변형됐다고 본다. 역사시대의 '사대'와 냉전시대의 '비하'가 대표적이다. 즉 극단적 인식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후 1992년 한·중수교 단계를 거치면서 과거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사대' 와 '비하'의 아이콘으로만 중국을 보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각으로 현재의 중국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 지적한대로 중국에 대한 시각의 변형을 수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방법을 말해달라.
"과거의 잔재가 아닌 새로운 눈, 새로운 시각과 자세로 한국과 중국이 만나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도 그렇고 중국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패러다임과 인식으로 서로를 들여다보고 있는게 문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한·중관계를 설정하고 그 관계에 걸맞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중국을 보는 세계관이 우리에게 필요한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정치·경제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 간에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특히 인문학적 시각에서 바라볼 때 한·중관계가 굉장히 막혀 있어, 한국의 인문학 차원에서 중국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것이 대학의 상아탑에 갇히지 않고 대중들과 적극 소통해서 접점을 만들어 일반적인 인식으로 확산될 때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현대의 중국을 이해하는데 따른 한계가 큰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이해하고 아는 중국은 고대 중국이 대부분이다. 한국 내 중국학의 문제가 중국학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문제이기도 하다. 인문학적 차원에서 고대 중국에 대한 이해와 사회과학적 차원에서의 중국 연구는 대체로 잘 돼 있다. 고대 중국의 역사는 오히려 우리가 중국인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도 많다. 예를 들면 공자나 삼국지 내용 등은 우리가 중국인보다 이해도가 더 높다. 물론 현대 중국의 정치 분야에 대한 연구도 잘 돼 있다. 하지만 인문학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지금 중국인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어떤 의식을 가졌는지에 대한 연구가 없다. 현대의 중국인의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근대 이후의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서도 심층적 연구가 부족하다. 그로 인해 현대의 중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한계가 따르는 것이다."
▲ 인문학적인 접근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현실적인 분야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설명의 틀은 인문학 연구자들이 만들어줘야 한다. 앞서 지적했지만 인문학 연구가 고대 중국에 머물다 보니 이러한 노력이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미래전략을 세우는데 중국이라는 상수를 어떻게 집어넣어 디자인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융합도 중요하다. 중국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향후 한국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데 중요한 방법론을 제공하는데 도움을 준다. 현실의 경우 일반인이나 기업들에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지식채널이 차단돼 있다. 이는 인문학이 과거 전통적 인문학 연구에만 매몰돼 있었고 정치·경제 등 사회과학적 연구는 따로 분리돼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격차도 크다. 중국정치 분야에 대한 연구수준은 국제적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 반면, 인문학에서의 중국 연구는 고대 연구의 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대 이후 형성된 중국인의 의식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현대의 중국인의 의식을 파악하는 것도 그만큼 힘들다. 학계의 이런 현실은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창이 부족하다는 지적 같다. 대학의 연구 결과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중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창을 그동안 대학들이 많이 제공하지 못했다. 나를 비롯해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교수들이 지나치게 연구에 압박을 받다보니 대학 안에 있는 지식이 사회적으로, 공적으로 확산이 잘 안 된다. 글도 대부분 논문 형식으로 하다 보니 대학 내에서는 축적이 많이 돼 있는데 밖으로 확산이 안 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 이해에 대한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즉 기업의 수요를 대학이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문을 여는 서강대 중국연구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미 국내 주요 대학에 중국연구소가 다 있고, 서강대 역시 그동안 동아시아연구소 안에서 중국관련 많은 연구를 해 왔다. 하지만 서강대 중국연구소만이 갖는 독자적 개성을 선보일 것이다. 타 대학에 비해 중국 관련 교수진이 많은 서강대는 기존 중국연구소와는 달리 인문학의 틀에서 사회과학과의 접목을 통한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강중국연구소는 우선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형성돼 왔기에 그러한 것을 감안한 상태에서 중국도 우리를, 우리도 중국을 보는 눈을 새롭게 재검토하는 시도를 할 것이다. 다음은 단순한 지역연구에 머물지 않고 한국학과 중국학의 결합, 중국학 연구가 한국의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한국의 장기적 전망 또는 한국의 구체적 정책 수립에 개입하는 중국학으로의 연구에 매진할 것이다. 인문학이 됐든 사회과학이 됐든 한국의 정책과 한국 현실에 보다 더 직접 개입하는 중국학을 해보고 싶은거다. 현실과 접속하겠다는 차원이기 때문에 한국을 의제화시키면서 중국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향성을 가진다면 다른 대학 연구소와 차별성을 띠지 않을까 싶다."
▲ 결국 한국을 위한 중국학으로 가야 된다는 지적인가.
"그럴 수 있다. 우리가 하려는 중국학이란 한국을 위한 매개라 할 수 있다. 매개이자 방법이고 지렛대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강정숙 기자
▶이욱연 교수는...
루신 사상·문학에 정통…會通 추구하는 중국문화 전문가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중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부터 2년간 베이징사범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루쉰의 사상과 문학, 중국 현대 문학과 문화 등을 연구했다. 현재 서강대학교에서 중국 현대 문학과 문화를 가르치고 있으며 중국을 오가면서 중국 동향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서강대 중국문화전공 교수 △서강대 중국연구소 소장 △하버드대 페어뱅크중국연구소 방문교수 △한국현대중국문학회 부회장 △국회 한중 정치경제포럼 자문위원.
▶서강대학교 중국연구소는...
2016년 10월24일 개소, 인문 중국학과 사회과학 중국학의 회통을 통해서 중국의 현상에 대한 구조적이고 역사적 이해를 추구한다. 중국인의 사유 구조와 문화적 심성, 중국 문화 트렌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중국을 심층적으로 이해한다. 또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과 대중국 비즈니스를 위한 문화적 현지화 전략을 지원하고 중국 고전 및 인문학, 문화 관련 강좌를 통한 대중 교육 활성화한다.
강정숙 기자 shu@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