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기수정 기자= “지금은 연중 골프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인데다 낮이 짧아져 큰 영향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년 봄이 걱정되네요.”
수도권 회원제골프장(18홀)에 근무하는 A 부장의 말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발효된지 한 달이 됐다. 당초 골프장들은 이 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심리적 위축’ 외에는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위축된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내년 봄 이후엔 내장객이나 매출액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가 많다.
A 부장은 “요즘 하루 최대 66팀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평일에도 꽉 찼으나 올해는 오전에 빈 자리가 더러 눈에 띈다. 새벽 시간에는 언론인·교수·의사 등이 많았으나 올해는 전혀 볼 수 없다. 이 상태로 간다면 내년 시즌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인근 회원제골프장도 마찬가지다. B골프장 대표는 “평일에는 친구나 동창들이 많이 와 ‘각자 내기’로 치기 때문에 별 영향은 없으나 주말 매출액이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10% 정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달라진 분위기 때문에 클럽하우스 식당이나 프로숍 이용을 자제하면서 객단가가 낮아진데 따른 것이다. 그는 “주말에 접대골프가 성행했던 고가 회원제골프장은 손님이나 매출액이 크게 줄었다고 들었다”며 “많은 골프장들이 내년 봄을 걱정한다”고 귀띔했다.
충청·강원권 골프장들도 법의 ‘무풍지대’인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주위의 시선을 피하고 저렴한 그린피를 좇아 수도권에서 오는 골퍼들로 인해 더 북적인다. 날이 흐렸던 지난 23일 청주 C골프장 주차장은 빈 곳을 찾기 힘들만큼 차들로 메워졌다.
대구의 D 골프장 관계자는 “지방 골프장은 오래전부터 비용을 각자 부담하고 치는 골퍼들이 많았다. 접대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대구를 벗어나 강원도나 제주도 등 타지 골프장으로 가서 치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대상인 골퍼 F씨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가명을 적은 네임택을 골프백에 달았다. 물론 프론트에서도 그 가명을 적는다.
골프장과 달리 골프용품 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공직자·언론인·교수·대학병원의사 등을 상대로 한 접대골프가 사라지다시피하면서 골프용품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E마트의 골프용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가 줄었다. 그 반면 등산용품은 47%, 탁구 27%, 수영 19%, 테니스는 15%가 각각 늘어났다. 지난 1∼20일 롯데마트에서도 골프용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2%나 줄어들었다.
호텔 및 리조트업계도 단체행사 축소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약사가 주관하는 학회·세미나 등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내년으로 연기되는 사례가 많다.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주로 청탁금지법 대상인 관계 교수나 의사이기 때문이다 .
롯데호텔은 기업 행사가 크게 줄면서 매출도 20∼30%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행사 및 단체 예약이 많은 레스토랑의 경우 10명이상 기업 단체손님 예약이 크게 줄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호텔은 법 시행에 맞춰 3만원 이하 메뉴를 선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 클럽은 지난달말 1인당 3만원 이하의 메뉴를 선보였다. 전체 예약 건의 절반이 이 메뉴를 선택하고 있다. 인터컨티넨탈호텔도 새로이 선보인 3만원짜리 연회 메뉴 판매율이 급증했다.
대명리조트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업체가 많고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3만원, 5만원 이하(청탁금지법 한도)로 책정해 리조트 식음료 및 연회 매출이 감소했다. 당장 10∼11월 예정된 행사가 약 10건이나 취소된 상황이다.
리조트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여서 그런지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고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