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중앙 정부부처 공무원인 B씨는 청탁금지법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외부인과의 식사는 일절 거절하고 있다. 각자 계산(더치페이)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아예 약속을 고사하고 있다. B씨는 "후배들과 밥을 먹고도 더치페이를 한다는 게 아직은 껄끄럽더라"며 "법에 관한 명확한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몸을 사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고급 음식점을 운영하던 A씨는 최근 가게를 매물로 내놨다. 2014년 문을 연 이후 하루 평균 2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나올 정도로 장사가 꽤 잘됐었기에 A씨는 올해 초 2호점을 낼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추락할지는 몰랐다. 그렇다고 법시행 이후 상황에 소홀히 대비한 것도 아니다. 법 상한선인 3만원 이하의 메뉴를 개발하고 주류 무료행사를 시작하는 등 나름의 해법을 마련했으나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관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공무원들은 인근 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청사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등 첫 적발사례에 걸리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직무 연관성이 없는 사교 등의 목적일 경우 3만원까지 식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공무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식사자리는 그냥 해도 상관없지만, 행여나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까 싶어 일단 만남 자체를 꺼리게 된다"며 "일부 부서는 식사때마다 몇천원씩 걷는 게 번거로워 과장부터 막내 직원까지 밥값을 갹출해 모아놓고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공무원이 주된 손님이던 정부부처 인근 식당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 세종1번가, 세종마치, 중앙행정타운, 도담동 상가 등에 위치한 식당들은 한달전과 비교해 급격하게 줄어든 손님에 울상을 짓고 있다.
종업원을 해고한 식당이 있다느니, 어느 집이 문을 닫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한 결과 정부와 공공기관이 몰린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한우 고깃집의 경우 최대 70%까지 매출이 줄었다.
한 일식집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손님들이 발걸음이 뚝 끊긴 마당에 일단 오신 손님들은 3만원이 넘지 않는 메뉴를 찾는다"라며 "주변 고급식당가도 우리와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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