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27일 오전 7시 40분. 삼성전자 서초 사옥 별관에 있는 엘레베이터 3개호가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다. 취재 기자들에 주주들까지 겹치면서 엘레베이터는 각 층마다 멈춰서기를 반복했다. 정원도 가득찼다.
주총장 문이 8시 30분에 열리고 오전 10시에 주주총회가 개시되는 데도, 이른 시간부터 참여 행렬이 줄을 이은 것이다.
5층에 마련된 주주총회장 로비에 들어선 주주들은 본인참석, 위임참석, 참석장 미소지, 법인 주주 등 4개로 나뉘어 각각 줄을 섰다.
각 라인에는 삼성그룹 직원이 2명씩 배치됐다. 이들은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지급받아 주주들이 제시한 삼성전자 주주증서 및 신분증을 노트북을 통해 실제 명부와 대조하고, 입장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한쪽에서는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노부부는 주주명부에 나와있는 집 주소와 이름이 같은데도, 신분증을 안챙겨 온 부인을 못 들어가게 한다며 소리쳤다.
입장을 거부당해 돌아가는 사람도 더러 발견됐다.
주주들의 연령대와 성별은 2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소액주주 김모(70세)씨는 "이건희 회장이 와병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핸드폰 문제(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전자가 위기인데, 이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전 8시 50분께가 되자 주총장 내부에 마련된 400여개 좌석 중 약 70%가 찼다. 단상 위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는 오케스트라 영상이 끊김없이 재생됐다.
참석자들은 스크린을 보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가져온 서류를 읽어봤다. 7분여가 지나자 자리가 꽉찼다.
주주들의 발길은 주총 시작 5분전까지 이어졌다. 이런 모습을 담으려는 카메라, 주주를 인터뷰하는 기자들이 뒤섞이면서 로비는 여전히 번잡했다.
'행사진행' 명찰을 패용한 삼성그룹 직원들은 곧 주주총회를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리자, 줄 서 있는 주주들을 성격과 상관없이 대기자가 적은 라인 쪽으로 급히 분산시켰다.
흰머리가 성성한 한 60대 주주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어려움을 딛고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전자를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고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주주총회는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 사내이사 이재용 선임의 안건의 취지를 설명한 후 질의응답을 거쳐 주주들의 박수로, 이를 통과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일부는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한 삼성전자의 미흡한 대응책을 질타하고, 관련자들의 문책을 요구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런 성토가 빗발치자 "경영진이나 임직원들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임시 주총 폐회를 선언할 때도 "다시 한번 심려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심기일전해 재도약할 수 잇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저희 엔지니어들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 사랑해주고 격려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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