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실종' 새누리당 지도부, 출구전략 안 보여

새누리당 이정현(오른쪽)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뒤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 "(청와대와) 협조할 건 협조하고 또 비판할 건 비판하는 입법부 일원으로서의 역할과 집권여당 구성원의 역할 어느 쪽도 소홀함 없이 하겠다." (지난 8월 10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블랙홀이 돼 버린 '최순실 게이트'에서 집권여당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이후 이틀만에 '특검'을 수용했지만, 검찰 수사나 최 씨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취임 직후인 8월 10일 이 대표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했던 다짐이 무색해졌다. 

당을 둘러싼 여론은 악화되고 당 내에서는 지도부 퇴진의 목소리도 나오며,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는 사실상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당의 내홍이 다시금 들끓고 있다.

◆ 비박 "靑 비호 지도부, 국민이 믿겠나" VS 친박 "비대위 구성하면 또 진통"

27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표는 회의 직후 따라붙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헌' 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데 대해서는 강하게 경계하며 "절대로 꼼수를 부릴 생각은 없다, 있는 그대로 역사 앞에,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사례로 든 것이 전날 결정한 '특검 수용'이다.

하지만 당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도부의 과도한 청와대 비호가 자칫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정현 당 대표나 측근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지도부가 지금까지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바른 말, 쓴 소리 제대로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더욱이 당 대표 자신도 연설문을 만들 때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 통해 자문을 구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저는 아연실색했다"면서 "당 대표가 최순실을 옹호하고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런 지도체제로 어떻게 성난 민심을 수용할 수 있겠나, 이런 지도부가 아무리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한들 국민들이 믿겠나"라고 지적했다.

홍문표 의원 역시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집권당이기 때문에 청와대, 정부와 동전의 양면"이라며 "우리는 아무 책임을 안 지고 청와대나 정부를 보고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수가 친박(친박근혜)인 현 지도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미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게 되면,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비주류에게 내 줘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친박계인 정우택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서 "지도부 대응에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퇴는 안 된다"면서 "비대위를 구성한다면 누구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또 구성 문제를 갖고 집안싸움이 벌어졌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반대했다.
 

2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현안 관련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선정국 코 앞, 악화된 여론은 '부담'

문제는 이번 사태로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선 정국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10%대로 추락했고, 새누리당의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에게 추월당하며 하락했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면서 "이 대표도 대표된 지 얼마 안 돼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당에서 책임지는 행동을 보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면서 "대선을 위해 내년 초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여당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탈당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당이 당청 간 수평적 견제관계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해야 했다"면서 "사실상 지도부가 사퇴한 다음 중립적 인물이 당을 이끌어야 내년 대선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도부가 사퇴할 경우, 비대위 체제에서 대선 후보 윤곽이 드러날 즈음인 내년 초쯤 당명 개정 작업 등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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