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스헬기 추락원인은 일시적 비행 착각…조종사 끝까지 자리 지키다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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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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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한미 연합해양작전 중 추락한 해군 링스 해상작전헬기 사고는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비행 상태에 대한 착각을 일으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종사는 전우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탈출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은 27일 “헬기 추락사고 원인은 헬기의 정확한 비행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해상 무월광(달빛이 없는 상태) 야간비행에서 조종사가 일시적인 ‘공간정위상실’에 진입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기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달 26일 헬기 추락 이후 중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 최근까지 인양된 기체와 항적기록, 교신내용, 당시 기상상황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헬기는 사고 당일 오후 8시 57분경 이지스함인 서애류성룡함에서 이함해 수분 동안 400피트(약 120m) 상공에서 비행하던 중 갑자기 상승을 시작해 약 30초 만에 1000피트 높이까지 올라갔다.

해군은 조종사가 공간정위상실에 빠져 급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간정위상실(Spatial Disorientation)은 조종사가 비행 상태를 확인할 기준점으로 삼을 외부 표식을 볼 수 없어 순간적으로 기체의 자세, 속도, 비행 방향, 상승·하강 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달이 뜨지 않은 밤이나 짙은 구름 속에서 어떤 외부 물체도 볼 수 없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는 베테랑 조종사도 겪을 수 있는 상황으로, 주로 야간과 해상, 안개·구름 속을 비행할 때 발생한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당시 조종사가 정상고도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해수면에 다다랐다고 착각해 급상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급상승 이후 다시 하강을 시작한 조종사는 해수면에서 4피트 높이까지 내려간 뒤 공간정위상실에서 벗어나 헬기를 상승시키려 했으나 불안정해진 기체가 뒤집히면서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조종사는 마지막까지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잡은 채 구조를 요청하는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 관계자는 “인양한 기체를 조사했을 때 마지막까지 엔진이 최대로 사용됐고,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고 있는 등 기체를 띄우기 위한 흔적이 있었다”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전우들을 살리고 헬기를 보존하고자 최후의 순간까지 악전고투했다”고 말했다.

해군은 엔진을 비롯한 장비가 추락 직전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한 점으로 미뤄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군은 이번 사고로 전면 중단했던 링스헬기의 비행을 다음 주부터 재개할 계획이다. 해군은 이날 순직한 대원들 유가족에게도 사고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앞서 링스헬기는 지난달 26일 밤 북방한계선(NLL)과 가까운 동해상에서 훈련 중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 정조종사 고(故) 김경민(33) 소령, 부조종사 고 박유신(33) 소령, 조작사 고 황성철(29) 상사 등 3명이 순직했다. 이들 3명에 대한 영결식은 지난 2일 국군수도병원에서 해군장(海軍葬)으로 엄수됐다.
 

링스헬기 순직장병 합동 영결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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