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하여가'와 '단심가' 사이… 성난 민심 달래는 정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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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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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부 강승훈 차장

[사회부 강승훈 차장]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 하여가(何如歌)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단심가(丹心歌)

조선의 제3대 왕 태종(太宗).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다섯 번째 아들이자 방원(芳遠)으로 더욱 잘 알려진 인물이다. 고려 말 1392년 이방원은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일파를 통해 선죽교에서 중신이자 대유학자인 정몽주(鄭夢周)를 살해한다. 앞서 이방원은 당시 충신이던 정몽주를 회유코자 술상을 앞에 두고서 '하여가'라는 시를 읊었고, 정몽주는 '단심가'를 지어 응수했다. 이방원은 결국 정몽주의 마음을 돌리기 못했다.

우리사회에도 한쪽과 다른 한쪽의 이견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시위다. 시위란 다수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 추구 때 정책 당국이나 관련 조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시민에게 알리려 시도하는 공개적이고 집합적 의사표현 행위로 정의된다.

일례로 서울시 본청이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26일부터 서울시 공영주차장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근로자들이 '기존 노동조건 유지 및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시청 로비를 점거한 이틀 동안 일반시민의 출입은 전면 통제됐다. 내부에 있던 이들도 일일이 출입증 확인 절차를 거쳐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외부에서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거의 한달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정신보건 노동자들은 얼마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포디지털혁신파크 현장설명회장에 들어와 기습 피켓시위를 벌였다.

요즘 시위는 설득의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서 더욱 큰 반발과 함께 불신만을 초래한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성주군민과 정부간 갈등,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 신설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등이 있다. 반면 촛불집회는 '뿔난 민심'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 동안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 측은 3만여 명(경찰 추산 9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다.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부터 자녀의 손을 잡고서 나온 이들까지 각계에서 함께 했다. 촛불을 들고 진행된 모임은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효순·미선이 치사 사건'으로 시작해 2008년 '광우병 사태'로 극에 달했다. 불법적 시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과거 사례에서도 보듯이 정부는 거리로 뛰쳐나온 성난 시민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민심을 거스르는 것은 오히려 잠재적 경제 손실로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잠식시킬 수도 있다. 광우병 사태 시 초래된 국가적인 손실이 약 2조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을 웃도는 규모다.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 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가 쓴 책 '설득의 심리학'에서 과학적 근거와 명확한 논리를 바탕으로 사람들간 관계 중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영향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헤쳤다. 그것이 바로 설득인 것이다. 그야말로 설득은 과학이다.

620여 년전 권력자와 중신간 주고 받은 시조를 거울삼아 지금의 촛불집회를 대하는 정부 방침을 제안해본다. 간략히 요약하면 이방원은 새 왕조를 개창했지만, 정몽주의 설득에 실패한 건 역사적인 치부로 기록됐다. 시위 역시 대외적으로 갈등 표출과 이에 맞서는 자세만이 해답은 아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는 '백성의 마음'을 살피고 설득하며 사회적 공감대로 이끌어내는 자세가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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