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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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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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승 양방웅의 노자와 장자 이야기
나비에서 꿩으로

고정관념을 버리라

척제현람(滌除玄覽), 능무자호(能无疵乎);
애국치민(愛國治民), 능무위호(能无爲乎);
명백사달(明白四達), 능무지호(能无知乎).

도덕경 10장에 나오는 이 구절은
'마음의 거울에 묻어있는 티끌을 닦아내어, 한 티끌도 없이 맑게 할 수 있는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무위(无爲)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가? 만물의 변화이치를 알고, 고정관념을 없앨 수 있는가?'라는 뜻입니다.

마음의 거울에 묻어 있는 ‘티끌’이란 무엇인가? 그건 마음속에 들어있는 이념•집착•견해 등 고정관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불가에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석가가 직접 사용한 언어인 빠알리어로 ‘산냐(samjna)’라고 부릅니다. 이를 한자로 ‘相’ 또는 ‘想’이라고 씁니다. 내 마음의 거울에 묻어있는 고착된 관념의 티끌을 깨끗이 닦아내, 있는 그대로의 만물을 비치게 하여 지혜로써 진실을 꿰뚫어 봐야합니다. 이를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 합니다.

권력을 쥔 사람은 자기 견해가 진리라고 위세를 부립니다.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은 무조건 그의 주장이 맞는 말씀이라고 아부합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산냐가 있기 때문에, 권력자의 주장도 많은 견해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산야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뤄지는 주장이나 행위를 ‘유위(有爲)’라하고, 이런 유위로부터 초월해 있는 것을 ‘무위(无爲)’라고 합니다.

성인(聖人)은 덕치(德治)로써 애국치민(愛國治民)합니다. 만물이 변화하는 순리에 따라 물 흐르듯이 무위의 통치를 합니다. 그런데 혼군(昏君)은 사리에 어두우면서도 자기의 견해가 옳다고 고집부리며 유위의 사치(私治)를 하기 때문에 난세(亂世)를 초래합니다.

석가는 금강경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산냐에 속지 말고 산냐를 버리라, 유위에서 벗어나 무위를 행하라'고 고구정녕(苦口丁寧) 설파하고 있습니다.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기 900여 년 전, 이미 노자에게 이러한 통찰력이 있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노자와 석가는 비슷한 시기에 살았으며 사상이 상통한다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서로 어떤 교류나 영적인 교감이 있었으리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인도의 승려 구마라습(鳩摩羅什)이 401년부터 중국 장안(長安)에 머무르면서 불경을 한역하였고, 현장(玄奘)도 인도에 가서 불경을 공부하고 645년에 장안으로 돌아와 많은 불경을 한역하여 펴냈습니다. 불교는 이들 번역본과 함께 도가의 사상적 조류를 타고 한반도와 일본에까지 빠르게 전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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