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60)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30일 청와대 협조 아래 상당량의 압수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과 청와대는 전날 1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집행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제출된 자료가 미진하자 당사자 사무실에 직접 들어가 필요한 자료를 갖고 오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하며 맞섰다.
수사팀 관계자는 30일 "청와대가 검찰 압수수색 집행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상자 7개 이상 분량의 압수물을 제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요구한 압수물을 적극 제출하겠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안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800억원대 기금 모금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정 비서관은 최씨에게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청와대 기밀 문건을 대량 전달했다는 의혹을 각각 받고 있다.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법적 근거는 형사소송법 110조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는 그 책임자의 승락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조항, 111조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물건을 직무상 비밀로 신고한 때에는 소속 공무소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는 조항 등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검찰 요구 자료를 순순히 내놓음에 따라 양 기관 간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여론의 거센 압박에 밀려 검찰 압수수색에 협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오전 영국에서 전격 귀국한 최씨의 소환 일정과 관련해 "필요한 시점에 부르겠다"면서도 "가급적 빨리하겠다"고 밝혀 이르면 31일 소환 가능성을 열어놨다.
'긴급체포 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수사에도 절차가 있다"며 당장 긴급한 조처를 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증거인멸 또는 말맞추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미 상당 부분 조사돼 있다"며 수사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검찰이 주변 조사나 증거 확보를 통해 혐의를 특정한 뒤 최씨 본인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처벌하는 수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47)씨도 조만간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체류 중인 차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르면 이번 주 중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최씨를 10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고영태(40)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고씨는 27일 밤 검찰에 자진 출석해 2박 3일간 조사를 받고 전날 돌아갔다.
검찰은 고씨와 함께 장시간 조사를 받은 이성한(45)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도 곧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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