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우병우․안종범 등 일부 수석, 18년 곁을 지켜온 문고리3인방을 전격 경질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악화되고 있어 추가 인적쇄신안을 놓고 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손과 발이 다 잘린 상태에서 향후 정국수습 방안을 결정해야 하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현 정부 핵심 정책 전반을 아우르며 진두지휘했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온갖 의혹에도 꿋꿋이 버티며 사정라인을 장악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공백을 채우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일 대대적으로 단행했던 청와대 참모진 인적쇄신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비서실장을 공석으로 놔둔 채 우 전 수석 후임으로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우선 임명한 것을 두고 검찰 수사를 장악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고를 나온 대구경북 출신인 최 신임 민정수석은 사법연수원 17기 특수통으로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재직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비비케이(BBK) 사건'을 수사하면서 관련자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해 '정치 검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시절에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 수사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형인 노건평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공안부를 관할하는 3차장 시절에는 2009년 '미네르바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수사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최 수석은 김수남 검찰총장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1년 후배이고, 우병우 전 수석의 2년 선배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야권은 최 수석을 추천한 인물이 김 전 실장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장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기획수사'를 지적하며 "짜맞추기식 시나리오조차도 외부에서 진행된 의심이 강하고 지금 청와대 인사나 수습책조차도 또 다른 비선실세에 의지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혹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혹자는 딴사람이 거명 된다"며 김 전 비서실장이 또 다른 '비선'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비대위원 역시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검찰을 통해 셀프수사를 한다면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박 대통령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금주 중 후임 총리를 정해 발표하고, 일부 장관도 교체할 전망이다.
총리 교체를 시작으로 단행될 개각의 키워드는 책임 총리를 인선한 뒤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대폭 반영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박 대통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염두에 두되 최소한 책임총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중립 또는 야권 성향의 명망가를 신임 총리로 조만간 지명하고, 총리의 의견을 수용해 차기 내각을 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외교와 안보를 챙기고, 총리가 경제 등의 내치를 거의 전담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이원집정부제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총리 후보자로는 새누리당이 우선 순위로 추천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이 꼽힌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내 국정 경험이 풍부하고, 야당에서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홍구 전 총리, 고건 전 총리,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 원로 인사들이나 호남 출신인 김황식 전 총리,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의 과거 정부 인사들의 발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의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후임 비서실장 후보로는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이나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등의 학자들이나 관가 출신이 주로 거론되지만 권영세 전 주중대사 등 정치인들도 하마평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후보군에서 탈락한 인사도 비서실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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