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유통업계 거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코엑스몰을 놓고 '동상이몽'을 연출하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28일 한국무역협회(무협)와 공식계약을 체결하면서 코엑스몰과 칼트몰 임차운영사업권을 거머쥐게 됐다.
공교롭게도 코엑스몰의 직전 임차운영 사업권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한무쇼핑이었다. 현대백화점 측은 지난 7월 새 사업자 입찰에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 사실상 ‘버리는 카드’를 단독 입찰한 신세계가 챙긴 셈이 됐다.
그러나 무협에 매년 내야 하는 최저이익보장금액(MRG)이 600억원에 달해, 과연 신세계가 이번 계약을 통해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지가 여전히 논란거리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코엑스몰과 칼트몰의 예상임대수입이 530억원에 불과해, 신세계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는 이번 계약금액은 연간 600억원이며, 2016년 예상 임대수입은 약 660억원 수준으로 MRG를 빼고도 충분히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세계가 수익성 논란에도 불구, 코엑스몰 계약을 밀어붙인 것은 정용진 회장이 공언한 ‘강남벨트’ 구축 때문이다.
앞서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이 독점하다시피 한 삼성동 코엑스몰을 장악해 ‘스타필드(하남)-코엑스몰(삼성동)-센트럴시티(강남)’를 잇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신세계는 강남벨트 시너지 확보를 위해 코엑스몰을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명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이미 코엑스몰의 수익성에 의문을 품고 발을 뺀 터라 과연 신세계의 강남벨트 시너지가 발휘될 지는 미지수다.
관건은 오는 12월 시내면세점 입찰의 당락 여부다. 현대백화점은 코엑스몰을 신세계에 내준 대신 면세점을 그곳에 유치해 현대백화점 코엑스점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유통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면세점을 확보하지 못한 정지선 회장은 면세점 입찰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건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이 코엑스 일대의 관광 인프라·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통 큰 공약을 내건 것도 정 회장의 ‘코엑스몰’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반포 센트럴시티에 추가로 시내면세점 유치에 나선 신세계가 면세점 유치에 실패한다면 강남벨트 구상은 유명무실해 질 수도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면세점 티켓 3장 중 2장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코엑스몰이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면서 “신세계는 강남벨트 삼각축을 형성하고, 현대백화점은 백화점과 면세점 두 마리 토끼를 따내겠다는 각자의 동상이몽 중 과연 무엇이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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