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 단상(斷想)] "죽을죄를 졌습니다" 최순실의 검찰 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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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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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권력의 맛은 달콤했을 것이다. 이제 그 권력이 떠나고 자신에게 남은 것은 감당해야 할 사법적 처리의 무거움뿐일 것이다. 한 나라의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했고, 그 방향을 먼저 알아 치부도 했을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대통령을 통해 전개하면서 일면 통쾌함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죄의 무게를. 아무리 좋은 변호사로 자신을 방어한다 해도 이미 국민들은 그에게 단죄를 마친 상태다. 이제 와서 죽을죄를 졌으니 용서를 구한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최순실이 10월의 마지막날인, 31일 검찰에 출두했다. 그의 검찰 출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죽을죄를 졌다"는 말은 결국 TV를 통해 생중계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했다는 말을 기자가 전했지만, 그 말이 가지는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나라를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아넣고서 이제와서 용서를 구하는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과연, 최순실은 자신이 어떤 패악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자각을 했을까 하는 부분이다. 자신들과 친한 이들과 가진 ‘대책회의’에서는 언론 등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내심 못마땅한 표정을 보이지는 않았을까? 혹은 자신이 저질렀던 일에 대해서 사후 처리를 좀 더 깔끔하게 하지 못한 참모들을 질책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궁금증이 불현듯, 든다. 그동안 여러 보도를 통해 그려지는 최순실의 모습과 언행은 그러고도 남을 만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검찰에게 넘어갔다. 이번 사건을 검찰에 맡기는 것이 적절한 가에 대한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임을 검찰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권은 거국내각 구성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보기에 좋았다는 의미의 가관이 아닌, 보기에 참 딱하다는 뜻의 가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논의를 지켜보면 국민은 어디에도 없고 내년의 대선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는지를 근본부터 살펴야 한다. 정치는 국민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권력놀음에만 매몰된 정치권을 보면서 국민들은 오늘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더욱 슬픈 것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듯이 정치권의 놀음도 국민들은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그것이 슬프다.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불리는 최순실이 검찰에 출두한 날, 아수라장이 된 검찰청사 앞의 풍경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고스란히 빼닮았다는 점 때문에 국민들의 심경은 더욱 참담하기만 하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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