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나는 신기함을 많이 느꼈다. 누군가를 판단할 때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다니는 회사는 대기업인지가 그 사람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다.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을 사고 나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왠지 가벼워 보인다. 왜 남들에게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가난해지는 걸까. 이들이 부자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부자가 되는 길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나는 지금도 차가 없다. 물론 돈이 없어서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샀겠지만 불편함이 없어 사지 않았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의 부를 파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특히 서울은 미국과 달리 대중교통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굳이 자가용이 필요치 않다. 스마트 폰 몇 번만 터치하면 지하철과 버스 노선을 쉽게 알 수 있고, 정류장에는 도착 시각을 알려주는 전광판까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차를 사고 난 순간부터 부는 급격히 하락한다. 차를 인도받자마자 감가상각이 시작되고 세금, 기름값, 보험료 등 계속해서 비용이 발생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젊은이들조차 그러한 생활방식에 젖어 있는 것 같아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싼 커피값을 거리낌 없이 지불하고, 여럿이 밥을 먹고 나면 서로 내가 내겠다고 다투는 모습도 허다하다. 5만원, 10만원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자신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해버린 채 이왕 부자가 되지 못할 바에야 실컷 쓰고 즐기자는 마인드인 걸까.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습관적인 낭비만 줄여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조금씩 아낀 돈을 투자금으로 활용하면 된다. 사람들은 흔히 ‘투자’라고 하면 여유자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유자금은 열심히 저축해서 마련한 종잣돈이 아니다. 다 쓰고 남은 돈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오늘 아낀 돈이다. 현재의 소비를 최대한 줄여 미래를 만드는 자금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커피 값 1만원을 20년 동안 삼성전자에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지금쯤 10억 원 정도로 불어났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고작 커피 값을 아낀 결과가 이렇게나 크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투자를 지레 포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유자금이 없는 것이 아니고, 그만큼 노후 준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 준비는 내가 벌어들인 돈을 지출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항목이다. 재산이 엄청나게 많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노후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옆 사람이 커피를 마시거든 당신은 그 커피를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사보는 것이 어떨까?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하는 낭비성 지출을 주식투자로 전환해보는 것이다. 지금은 당신이 그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은퇴할 나이쯤이 되면 그 사람이 당신을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부를 창조하는 사람과 부를 파괴하는 사람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전자에 속한다. 반대로 본인의 수입보다 과도하게 지출하는 사람들은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이것은 노후의 삶에 직결된다. 부를 창조하는 사람은 차차 노후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황혼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 반면 부를 파괴해온 사람은 돈벌이를 할 수 없게 되면 어렵사리 겨우 살아갈지도 모른다. ‘노후’라고 하면 먼 훗날의 일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멀든 가깝든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은 돈을 쓰는 일이 자기 만족이 될지 몰라도 본인의 노후가 가난해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보자. 당신은 부의 창조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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