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미약품 사태 잊혀져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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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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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시간이 약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어도 잊혀지지 않을 때 이런 말을 종종 쓴다.

최순실 게이트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지만,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한미약품 사태가 증권가를 집어삼켰다. 기술수출 대박을 이어가던, 우리 바이오산업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던 제약 대장주 한미약품이 늑장공시 파문에 휩싸였다.

한미약품은 항암제 기술이전계약이라는 호재를 먼저 공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폐암신약 기술수출 해지라는 악재성 공시를 내놓았다. 전날 호재만 믿고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만 큰 손해를 입었다. 한미약품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조1700억원 가까이 증발하기도 했다.

회사가 악재와 호재 정보를 인지한 날은 모두 같은 날이다. 하지만 악재만 하루를 넘겨 밝혔고, 그마저도 증시가 개장한 지 30분 가까이 흘러서야 공시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악재성 정보를 누군가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공매도는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 주문을 내고, 싼 값에 되사 갚는 식으로 차익을 노리는 투자기법이다.

국민연금 기금을 위탁운용하는 일부 자산운용사도 악재 공시가 나오기 전 미리 주식을 처분해 논란이 일었다. 금융당국은 즉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 역시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한동안 떠들썩했던 한미약품 사태는 이미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미약품 여직원과 남자친구, 지인인 증권사 직원이 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식을 팔았다는 사실만 드러났을 뿐 당국에서 추가로 내놓은 것이 없다.

결국 한미약품 사태가 남긴 것은 기술계약 공시규정 강화, 일부 한미약품 임직원 퇴사뿐이다. 한미약품 사태로 제약업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사건은 흐지부지 끝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 사태는 잊고 싶은 기억이 아니라 기억해야만 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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