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대선놀음'을 멈춰라. 국난(國難) 수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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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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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누란지세(累卵之勢)에 빠졌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그들에겐 내년에 치러질 대선이 먼저인듯 하다. 대선놀음에 빠져 국민들의 분노와 호소에 귀를 닫고 있다. 여야는 하루속히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청와대는 그동안 야권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사퇴 압력을 받은 핵심 참모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처리를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고 나서야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청와대는 이들에 이어 내각의 인적쇄신에도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거국내각 구성이라는 변수가 남았지만, 청와대는 현재의 속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따른 조금이나마 책임을 지는 모습이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새누리당 탈당이나, 2선 후퇴를 결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결단이 정쟁을 일삼는 여야 정치권으로 하여금 해법을 찾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지도부 사퇴 등을 놓고 내홍 위기에 빠졌다. 새누리당도 청와대 못지않게 최순실 국정농단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이 크다. 이른바 친박 실세들은 아무도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지적하지 못했다. 자신들은 몰랐다며 청와대만 탓한다면 스스로 허수아비에 불과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는 친박 가운데 대통령을 가장 오랫동안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 긴 시간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몰랐다면 본인이 말하는 '머슴'이 아니라 '바보'다. 머슴도 곳간에 도둑이 드는지는 아는 법이다.

중국의 당나라 시대, 태종은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위징을 중용했다. 위징은 늘 당태종을 향해 직간(直諫)을 했다. 이 직간이 당태종으로 하여금 중국 역사에서 가장 성대한 시기였던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이끌었다. 이정현 대표는 지금 위징의 역할을 해야 한다. 소속 의원의 절반가량이 지도부 교체를 내세워 연판장을 돌리는 작금의 사태는 집권 여당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새누리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지난달 31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3당 원내대표 회동 때 정진석 원내대표가 보인 언행을 더 이상 하면 안된다. 야당을 설득하고 국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책무가 있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야당을 향한 공세에 나선다면 협상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해법을 찾기 위한 여야의 협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야당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을 탄핵할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공세만 지속할 것이 아니다. 흔히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현상을 빚대어 ‘꽃놀이패’라는 말을 쓴다. 아마 야당은 현재의 상태를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지금은 어느 누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함을 따질 시기가 아니다. 누란지세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데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개헌론이나 거국내각구성 등의 방법론에 매몰돼 현재의 심각한 위기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국민들은 야당에게도 등을 돌릴 것이다. 여당과의 협상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최선의 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원로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1시간 20분가량 원로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원로들은 최순실을 빨리 불러들이고,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총리를 내세울 것을 박 대통령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로들은 헌정중단으로 가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주문들은 현 정치권도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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