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대북정책 전망은? 한국 핵무장 비판론 vs 용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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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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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린턴은 동맹 협력강화,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미국 대통령선거(11월 8일)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북한이 올해 들어 4·5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수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번 미 대선에서는 두 후보의 대북정책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은 극과 극인 것으로 평가된다. 클린턴은 우방과의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한 동맹 협력강화를 내세우는 반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또는 고립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차 TV토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한미동맹과 북한 핵 문제 등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미 대선 토론에서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 등이 독자적 핵무장을 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를 분담하려 하지 않는 이른바 ‘무임승차’ 동맹국으로 평가절하했다. 이에 반해 클린턴은 트럼프의 핵무장 용인론을 비판하며 동맹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의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정이 발표된 후 클린턴에게 기울었던 판세가 다시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AP]


◆클린턴 “강력한 동맹 유지해야”…오바마 정책 계승, 실효성은 ‘글쎄’

클린턴은 외교안보 정책구상에서 현재의 동맹관계를 확고하고 강하게 유지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은 오랜 동맹들 곁에 붙어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들 동맹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차 TV토론에서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에 대해 확고한 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도발할 경우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무기를 통한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트럼프의 고립주의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클린턴은 “트럼프 식으로 한다면 미국은 점점 고립될 것이고 이는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이 축하할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동맹 강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일본, 한국 등이 자체 핵무장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해 왔는데 핵 문제에 이런 무신경한 자세는 매우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동맹들이 핵무장을 하면 핵 확산 도미노로 인해) 핵물질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어 더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집권하면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을 통한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클린턴의 외교자문 로라 로젠버거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대북제재는 북한에 실제 고통을 주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중국 또한 북한에 상당한 추가 압박을 가하도록 미국이 나서야 하며 중국은 북핵 위협 제거를 위해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한 적이 없다. 중국 압박을 통한 북한의 변화를 언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방법이 드러난 게 없다. 또 기본적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계승한다는 입장이라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실험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한 대북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한미관계 및 대북정책은 현재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은 최근 발간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는 저서를 통해 “(클린턴 대북정책은) 북핵 해결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8년간 추진해 온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평가했다.
 

[사진=AP연합]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증액해야”…일관성 떨어지는 발언 ‘오락가락’

트럼프 돌풍의 핵심에 있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는 외교안보정책에 있어 미국의 국익을 앞세워 현행 동맹의 틀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그간 ‘안보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을 늘리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지난 1차 TV토론에서 그는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을 방어하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충분한) 돈을 안 낸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역시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을 경우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정 시점에서 두 나라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문제점은 철저히 사업가적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미국 재정 부담이 늘어나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동맹을 얼마든지 뒤엎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핵무장 용인론 역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다른 핵보유국의 반대와 중국의 반발이 심할 경우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한일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만일 집권한다면 이를 없던 일로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은 외교적이라기보다는 내부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이기 때문에 일희일비하며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는 지난달 1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대선과 한미관계’ 토론회에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우리 스스로 비전과 전략을 갖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우리도 7위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외교도 남의 나라한테 물어보는 것을 그만하고 철학과 전략이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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