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일(이하 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선에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클린턴의 지지율이 지난 10월 28일 FBI의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발표 이후 눈에 띄게 하락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들에 투표를 독려하고 FBI의 재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흑인들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오바마는 2일 라디오 방송인 톰조이너쇼와의 인터뷰에서 흑인들의 투표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동네 미용실이나 이발소에서 버락과 미셸이 좋다고 말하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은 무척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만큼 기쁘지 않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모든 일은 이제 나의 신념을 공유하는 누군가에게 바통을 넘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흑인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조기투표에서 흑인 투표율이 2012년 대비 1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백인 등 다른 인종의 투표율은 4년 전보다 올랐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또 다른 인터뷰에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우디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사 과정에 개입하고 싶지는 않다며 FBI나 코미 국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떤 혐의를 넌지시 시사함으로써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수사는 불완전한 정보나 누설된 정보를 근거로 하지 않는다. 수사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결정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번 FBI는 철저하게 조사를 마친 뒤 클린턴의 실수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기소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10월 31일만 해도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코미 국장이 특정 대선 후보나 특정 정당을 위해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수사 방침을 지지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한 데에는 최근 대선 판세가 요동치면서 자칫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여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클린턴은 현재 트럼프를 1.9%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격차는 일주일 전 7.1%포인트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이 같은 판세의 변화는 클린턴의 압승을 예상하던 시장 투자자들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불안한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또한 공포지수로 알려진 변동성지수(VIX)는지난 6월 말 브렉시트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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