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대기업들을 상대로 거액의 기부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구속 여부를 결정할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오후 1시35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일 안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다 긴급체포하고 전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미수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측에서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 3명이 투입됐다.
이날 심문은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당시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공모해 53개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 SK, 포스코, 부영 등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단 회의록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올해 2월 재단이 이중근 부영 회장을 만나 70억∼80억원 지원을 의논하는 자리에 함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이 기금을 내겠다면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한 의혹도 있다.
또 안 전 수석은 포스코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 협조를 요구한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조사에서 기업들을 강요·압박한 게 아니라 기업들이 각자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동참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며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안 전 수석은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의 이권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더블루케이 관계자들이 1000억원대 평창올림픽 시설 공사 수주를 노리고 스위스 누슬리사와 업무 협약을 맺는 자리에 그가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더블루케이를 대행사로 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도 나온다.
안 전 수석에게 적용된 또 다른 혐의는 강요미수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의 광고회사 강탈 의혹에 일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차씨 측근으로 알려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사에 지분 80%를 내놓으라고 협박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과정에 안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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