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이 윤진영 작가 '곰팡이' 작품에 공감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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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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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제공]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인생사 새옹지마.’

어떤 일이 좋고 나쁜 것인지 미리 알 수 없다. 겨울이 계속될 것 같지만, 다시 봄이 온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한 배경이 최근 밝혀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어울리는 한자성어다.

지난 3일 오전 대한항공 이사회에 참석차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으로 출근한 조 회장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로비 1층 전시장에 걸려있는 한 작품으로 다가가더니 시선을 집중했다.

기자가 다가가서 말을 걸어도 모를 만큼 작품 감상에 집중했던 그는 수차례 인사를 받은 후에야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맞아줬다. 올해 바람 잘 날 없는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서 오랜만에 보는 환한 표정이었다.

조 회장의 눈을 사로잡은 봤던 작품은 윤진영 작가의 ‘분해자’ 시리즈다. 윤 작가는 곰팡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양한 형상에 적용해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어 ‘7회 일우사진상’ 전시 부문을 수상했다. 작가는 곰팡이에 ‘삶과 죽음의 모순적 공존’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작품을 보며 조 회장은 많은 생각을 한 듯 했다. 죽음과 생존의 경계에 있는 곰팡이 사진 속에서 경영자로서 겪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한진해운 법정관리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겪은 자신의 처지와 같은 느낌을 들여다 봤다는 것.
 

윤진영, 'Inasive Species 003'. Artist grown fungi Digital C Print, 2016.[사진=일우스페이스 제공]


조 회장에게 평창올림픽 사퇴 배경을 묻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담당 차관이라서 자주 만났다”며 “할 말이 있겠으냐? 홍보팀을 통해 확인하라”고 확답을 피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사퇴 배경에 ‘비선 실세’가 있었다는 보도는 사실이다”라고 확인해 주었다.

조 회장에게 올해는 유독 힘든 한해다. 그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유치위원장으로 뛰었고, 2대 조직위원장으로 지난 2014년 선임된 뒤에는 물심양면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년 만에 조직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한진그룹의 자회사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이는 한국 해운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는 등 현재도 구조조정 과정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국민사과를 하기도 했다.

조직위원장직 사태에 대해 그동안 자회사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기 위함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직위원장으로 복귀할 수는 없지만 조 회장으로서는 최소한 명예 회복은 한 셈이다.

이날 조 회장 곁에 있던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 사퇴 문제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힘들어 했는데, 최근에는 밝은 표정을 자주 짓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작품은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 1층 ‘일우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윤 작가 개인 전시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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