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결국 거대한 분노로 표출됐다. 박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개각을 단행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정국 상황은 더욱 꼬여가기만 하고 민심도 들끓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 등 사회 곳곳에서 ‘탄핵’, ‘하야’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번 파문은 이제 최순실씨가 아닌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4·19혁명 이후 반정부 민심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같은 민심은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두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질의 응답이 없는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된데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도 미흡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저인 5%로 폭락했고, 결국 지난 5일 성난 민심이 폭발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여만 명이 집결해 도심을 가득 메웠다. 지난달 29일 1차 촛불집회 당시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인원이며, 당초 예상됐던 5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집회에서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과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가족들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집회 참석자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와 함께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외치며 시민 주권을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사적 권력이 국정을 농단한 것에 대해 가장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의 분노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도 불타올랐다. 부산역 광장에는 시민 3000여 명이 모여 ‘박근혜 하야’를 요구했다. 광주 금남로에서는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촛불대회가 열렸다. 대전·충청권, 제주에서도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다. 심지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고한 지지 기반이었던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촛불 민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학생들까지 가세하면서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이번 위기가 이승만 정권 당시의 4·19혁명 때와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와 총체적인 국정의 위기 속에서 국민들이 하야를 요구했던 것과 이번 사태가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촛불을 든 민심은 향후 더욱 불타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각지에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예정돼 있으며, 12일 서울광장에서는 3차 촛불집회가 열린다.
12일 촛불집회 규모는 지난 5일보다 크게 늘어나 수십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추가로 내놓을 '새로운 해법'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결단’을 촉구하는 민심의 분노와 요구는 이번 주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순실게이트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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