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5%대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경제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붕괴된 시점에서 정책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기 힘들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위기다.
가뜩이나 저성장이 지속되며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경제수장의 잇따른 교체는 공직사회의 여러 가지 변수를 안겨줄 공산이 커졌다. 대기업들은 ‘최순실 리스크’에 내년 전략 구상조차 힘겨운 실정이다.
힘 빠진 공무원들이 정책 방향을 잡지 못하자 한국경제는 2007년 금융위기 수준보다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2월에 퇴임하면서 어느 정도 구색을 갖췄지만, 내년 경제정책은 경제수장의 공백으로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올해 경제정책은 줄곧 단기처방으로 일관된 터라 정부에서 내년 경제정책을 구상하는데 쉽지 않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얼마나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다만 아직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시점에서 주도적인 경제정책을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지난 2일 청와대가 ‘깜짝 개각’을 발표한 지 사흘이 흐른 7일 현재에도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임명 여부는 불투명하다.
개각 발표 직후 야당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포함해 청문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차후 청문회 일정이 잡힌다 해도 임 내정자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순조롭게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임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기재부 업무파악도 현재로서는 하지 않고 있다. 주중에는 금융위 업무는 보는 상황”이라며 “이번주 안으로 국회에 청문회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지만, 변수가 많아서 구체적 일정을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도 법정기한인 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기획재정부에서 국회를 설득하는 작업은 포기한 상태다. 정치권은 예산보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는 규모다. 국회에서 진행 중인 예산안 심의 절차가 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졸속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경제컨트롤타워가 휘청대자, 공공기관장 인선도 덩달아 좋지 않은 기류를 타고 있다. 주요 공공기관장 인선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공공기관장을 선임해야할 공공기관은 약 40곳에 달한다.
여기에 각 부처 1급 정기인사도 연말에 진행된다. 해외주재로 나갔던 국장급 임기도 만료되는 시점이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정비할 시간도 없이 경제정책이 제대로 수립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이미 국민의 눈과 귀는 청와대에 쏠려 있다”며 “경제컨트롤타워가 정상가동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내년 대선 정국까지 겹쳐 경제정책방향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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