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영수회담 개최와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를 살리기 위한 전 방위적인 대야(對野) 설득에 나섰다.
이를 위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이 7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대표들과 만나 금주중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철회 ▲2선 후퇴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등 3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영수회담은 커녕 한 비서실장도 만나줄 수 없다며 면담을 거부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한 비서실장을 만나 김 총리 내정자 지명철회와 박 대통령의 탈당이 전제되지 않고는 회담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회담 성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야당 설득을 위해 김 내정자에게 책임총리 권한을 분명히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내정자의 권한 부분은 내정자가 말한 그대로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라며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는 김 내정자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김 내정자에게 모든 권한을, 현행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드리겠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번에 여야 대표를 만나면 김 내정자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회의 동의 없이는 총리 임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국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김 내정자를 포기하고 여야 추천 인사를 총리로 다시 내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비서실장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리 내정 철회까지 가능하냐는 물음에 "그 문제까지 영수회담에서 하자는 이야기"라고 밝힌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한 비서실장의 국회 방문을 두고 야당의 강한 반발로 박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를 포기하는 수순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김 내정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차 자진사퇴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여·야·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후보를 낸다거나 하면 제 존재는 없어진다. 큰 성능 좋은 난로가 오면 저는 그냥 없어지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제가 전혀 걸림돌이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야가 합의해서 결정할 새 후보자를 '크고 성능 좋은 난로(화로)'에, 자신을 '작은 난로(화로) 또는 손난로'에 비유한 것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진사퇴는 없다’고 배수진을 쳤던 입장에서 다소 기류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영수회담이 열리더라도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여부를 두고 양쪽이 크게 충돌할 것으로 보여 대치 정국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2선 후퇴 주장에 대해 "현행법상 2선 후퇴라는 게 법에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질 권한을 갖느냐의 문제지 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야 3당 대표들은 9일 회동을 갖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천주교와 기독교 원로들과 각각 만나 정국 수습책을 청취하고 국정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각 교단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를 포함한 나머지 7대 종단 지도자들도 가급적 금주 중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사회 각계의 원로 분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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