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박근혜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47)씨가 전격 귀국했다. 정부 문화사업 이권 개입, 대기업·공공기관 광고 싹쓸이 등 논란이 돼왔던 문화계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지 주목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중국 칭다오발 인천행 동방항공(MU2043)편으로 8일 오후 9시 5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차씨를 현장에서 체포, 신병을 확보한 뒤 서울지검으로 압송했다.
차씨는 지난 9월30일 김포공항을 출발해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중국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상하이 한인 밀집지역에 있는 디존호텔에 주숙(住宿) 등기를 한 채 머무르다가 지난달 12일 상하이 푸둥공항을 이용해 일본 오사카로 이동했다. 그 이후 28일 최순실(60)씨와 같은 날 귀국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지만, 31일 중국 칭다오공항을 통해 다시 중국에 들어간뒤 잠적했다.
가수 싸이, 이효리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CF감독 출신이란 것 말고는 별다른 이력이 없던 차씨는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며 문화계에서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광고계 선배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외삼촌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이 시기에 천거돼 인사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당시 문화계를 장악한 차씨 측근들을 "바퀴벌레들"이라고 부르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차씨는 현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CJ그룹의 문화예술 사업을 가로채려 했으며, 청와대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것도 그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13년 5월 CJ그룹의 1600억원대 배임·횡령사건 수사에 나서며 이재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그 이후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같은 해 말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손경식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부회장의 퇴진이 시급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차씨는 당시 '문화예술계의 대모(代母)'로 일컬어지던 이 부회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다는 것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이듬해 10월 미국으로 떠났고, 그 후 CJ그룹은 '문화창조융합센터' 설립·'K-컬처벨리' 조성 등 차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순실씨는 차씨가 문화융성위원으로 등장하던 시기에 예산 400억원 규모의 문화창조융합센터 계획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차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을 탈취하려 한 의혹을 비롯해 그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광고회사 '더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KT,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쓸어 담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대통령 해외 순방 시 태권도 시범단 행사 등 공연 기획·연출 독점, 문체부의 국가브랜드 개발사업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개입 여부 등도 차씨가 받고 있는 혐의들이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차씨의 정부 사업 관련 직책은 '공무원' 신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가 측근 업체를 이용해 광고를 싹쓸이했더라도 뇌물(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고, 배임수재(제3자 배임수재)는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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