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시작은 ‘품행제로’였다. 악동같은 이미지로 쉽게 다가설 수 없었던 아우라를 내뿜었다. 그러나 처음 가까이 마주했을 때 느꼈던 데면데면했던 분위기를 유연하게 풀어 나갈 수 있는 여유마저 보였다. 지난 7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지난달 31일 새 미니앨범 ‘웰컴 투 바스타즈’를 발매하고 1년 6개월 만에 컴백한 그룹 블락비 유닛 바스타즈(비범 유권 피오)와 만났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무대에서 반응이 좋아요. 저희 팬분들 뿐만 아니라 다른 팬 분들도 응원해주시더라고요. 굉장히 감사해요.” (유권)
바스타즈는 지난해 블락비 멤버 지코가 프로듀싱한 ‘품행제로’로 데뷔 4년 만에 팀내 첫 번째 유닛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함과 악동의 이미지를 마음껏 발산했고, 그 결과는 좋았다. 그러나 유닛 출격의 시작이 좋았기에, 두 번째 앨범에 대한 부담감은 컸다.
“부담이 되긴 하죠. 블락비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오기 때문에 잘 돼야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가 안되잖아요. 그런 마음들을 (작업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오)
사실 바스타즈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 ‘Make it Rain’의 음원 성적은 전작 ‘품행제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쉽지 않을거라는건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저조했던 성적에 적잖게 당황하기도 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안 좋아서 저희 타이틀곡 프로듀싱 해준 딘 형에게도 미안하고 지코 형에게도 미안하고 회사에도 미안하고, 여러모로 미안해지더라고요. 이렇게 된 이상 무대에서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예요.” (피오)
“저희 곡이 차트 안에 있을거라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빨리 차트에서 사라져버릴줄은 몰랐어요.” (유권)
“사실 ‘Make it Rain’이 대중 분들께서 쉽게 받아들이시지는 못할 곡이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비범)
앨범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이번 앨범이 ‘지코의 손을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코 형이 너무 바빠 부탁을 못했어요. 우리까지 부담을 주고싶지 않았거든요. 다음에도 바스타즈로 계속 활동하려면 더 잘해야 하잖아요.(웃음) 잘되지 않으면 기운 빠질까봐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지코 형이 이번 앨범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저희를 늘 동생처럼 잘 챙겨주는 것 같아요. 우리끼리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마치 ‘수고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코 형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아요. 하하하.” (피오)
바스타즈의 이번 앨범은 떠오르는 신예 딘과 함께한 타이틀곡 ‘Make it Rain’을 제외하면 모든 수록곡들이 멤버들의 손을 거쳤다. 앞서 24일 선공개된 ‘이기적인 걸’은 막내 피오가 직접 작사 작곡을 도맡아 했으며, 수록곡 ‘타이트하게’는 맏형 비범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수록곡 ‘타이트하게’는 그간의 블락비로서는 접해본 적 없는 짙은 섹시함이 묻어있는 곡이다.
“블락비나 바스타즈가 그간 섹시한 음악은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싶었어요.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웃음) 정말 작정하고 만들었습니다. 하하하.” (비범)
‘지코’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늘 뒤에서 이들을 응원해주지만, 블락비와 함께 바스타즈도 오랜 기간 활동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가야만 한다. 그게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목표일지 모른다.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에요. 일단 ‘바스타즈’라는 이름 자체가 거칠다보니 블락비처럼 달콤하거나 귀엽고 밝은 느낌의 곡의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저 어떻게 거친 남자의 모습을 표현해낼지 고민하고 있어요.” (유권)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이번 앨범은 모두 우리가 다 만든 느낌으로 가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을 계기로 발전한 건 확실해요. 그래서 다음 앨범때는 이번 앨범보다 더 능숙하게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바스타즈의 정체성은 찾아가고 있는 중이지만, 블락비는 이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톱 클래스 아이돌 그룹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바스타즈로써의 해외 활동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외활동 계획이 예정된 건 아니지만 일본에서 앨범이 나올 수도 있어요. 사실 유권이 형이 일본어도 굉장히 잘하고 현지에서 인기도 많아서 바스타즈로 앨범을 내도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피오)
“저번 ‘품행제로’ 역시 일본어 번안 버전의 앨범이 나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 콘서트를 할 때마다 ‘품행제로’ 무대를 선보였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회사 분들도 이번 앨범도 한 번 더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기대하고 있어요.” (유권)
물론,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는 아쉽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바스타즈는 충분히 성장했다고 스스로 자부했다.
“비범이 형은 ‘품행제로’ 때보다 훨씬 더 잘생겨 진 것 같아요. 외모가 발전했죠. 유권이 형은 ‘힛 더 스테이지’에 출연하고 난 뒤 확실히 무대매너나 노련함이 더 생긴 것 같아요. 더 많이 섹시해졌어요.” (피오)
이렇게 천천히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게 바스타즈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인 셈이다.
※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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