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47)씨가 8일 밤 입국해 체포됐다.
이에 문화계 비리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칭다오(靑島)발 인천행 동방항공(MU2043)편으로 이날 오후 9시 5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차씨를 10시 10분께 현장에서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 중이다.
현장 지휘는 수사본부에서 문화계 비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의 손영배 부장검사가 맡았다.
검찰은 착륙한 비행기에서 차씨가 내리자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이 동의하면 심야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야 조사는 검찰 규정 개정 등에 따라 금지됐지만 본인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차씨는 최씨의 '국정농단' 관련 의혹이 잇따르던 지난 9월 말 돌연 중국으로 떠나 사실상 도피 생활을 해왔다.
차씨는 도착 직후 취재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 검찰에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겠다"고 울먹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다만 우병우(4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잘 알지 못하며 박근혜 대통령과도 공식 자리에서 몇 번 봤을 뿐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발언 도중 감정에 북받친 듯 크게 울먹이기도 했다.
차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광고회사에서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하고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일단 체포영장에 횡령 및 공동강요 혐의 등을 적시했다. 검찰은 추가 혐의를 조사한 뒤 9일이나 10일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차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씨를 등에 업고 정부의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CF감독 출신인 그는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2014년),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2015년) 등을 역임하며 문화계 유력 인사로 갑작스럽게 부상했다.
2019년까지 총 7천억원대 예산이 책정된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정부 사업을 사실상 독식하고 자신이 실소유한 광고업체를 통해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쓸어담는 등 불법·편법으로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씨가 지인들을 정부 고위직에 앉히고 '지원사격'을 받은 흔적도 곳곳에 있다. 대학 은사인 김종덕(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56)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숙명여대 교수), 차씨가 '대부'로 생각한다는 제일기획 임원 출신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이 대표적인 차씨 인맥이다.
최씨가 배후 조종했다는 미르재단 김성현(43) 사무부총장도 차씨 사람으로 분류된다.
송 전 원장은 포레카 지분 강탈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7일 밤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고 김 사무부총장도 같은 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차씨는 최씨 주재로 국정을 논의했다는 '비선 모임'의 핵심멤버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그는 우병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방관했다는 의혹을 밝혀줄 인물로도 주목받는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식으로 (미르)재단을 운영하다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라고 묻자 차씨가 '우병우 수석이 내 뒤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차씨가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김종덕 전 장관, 김상률 전 수석 등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