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전세계 사람들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9일(현지시간) 수락 연설이 아닌 승복 연설을 위해 연단에 섰다.
뉴욕의 윈드햄 뉴오커 호텔 3층 홀에서의 13분 동안의 연설에서 클린턴은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됐던 대선 도전의 여정을 마치는 복잡한 감회를 담담하게 토로했다.
보라색 상의에 검은색 재킷을 입고 연단에 선 힐러리 클린턴은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연단에 올라섰다. 그가 연단에 서자 사람들은 "사랑해요"라는 말을 외치기도 했다. 연단에 선 그는 지난 밤 도널드 트럼프에게 축하전화를 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클린턴은 "나는 트럼프가 모든 미국인을 위해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한다"라고 깨끗한 승복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서 "이것은 우리가 바랬던 결과가 아니다"면서 "이번 선거를 이기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로 지지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자신과 함께 했던 지지자들과 선거 캠페인에 함께 했던 이들에게 "매우 자랑스럽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동시에 박빙이었던 이번 선거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여러분이 느끼는 실망감을 안다. 나도 똑같이 느끼며, 고통스럽다"면서 "이는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많은 이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후보로 여성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클린턴은 여성 지지자들을 향해 "당신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이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웠다"면서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이번에도 깨질 못했다”며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는 우리가 지금 옳다고 믿는 이것을 꼭 해낼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시점보다 더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 영상을 보고 있는 소녀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충분히 모든 기회와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에게 이번 패배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버락 오바마에게 밀려난 적이 있다. 당시에 여성 대통령이라는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부수지 못했지만 금을 가게 만들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에도 클린턴은 또 한번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승복 연설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샌디에고 유니온 트리뷴은 "슬프면서도 강력한 연설이었다"라고 논평했으며, 워싱턴 포스는 "선거는 지저분했지만, 클린턴의 승복 연설은 우아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도 "클린턴의 연설을 들으면서 여성으로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클린턴의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번 연설은 감동적이었다"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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