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분위기 속에 정부가 구조개혁 등 체질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만큼 현재 경제성장은 기존 방식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경제는 미래를 얼마나 준비했는지 여부에 따라 선진국 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분석한다. 밀려오는 메가트렌드를 유연하게 대처하고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경제는 글로벌 변화와 더불어 저출산·고령화, 성장잠재력 하락, 산업경쟁력 약화, 사회갈등 확산 등 전체적으로 구조적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들…변화는 새로운 기회
한국경제가 다시 뛰기 위해서는 기존 경제구조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은 곳곳에서 갈등을 불러오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분위기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정부도 대화와 타협보다 정책성과에 집착하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진통을 겪는 사이, 주요 선진국에서는 중장기 경제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독자노선도 불사하는 이들 국가에서는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유럽연합(EU)는 회원국의 의견수렴을 통해 지난 2010년 일찌감치 ‘유럽 2020’이라는 경제성장 전략과 목표를 설정했다. EU 전체 GDP의 3%를 R&D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영국은 총리직속 미래전략단이 정기적으로 미래환경을 전망·분석하고, 이슈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4년에 한번씩 ‘15년 후 미래상’과 문제해결 방안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한다.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은 2020년까지 매년 실질 GDP 2% 성장을 목표로 7개 분야, 21개 프로젝트로 이뤄진 ‘신성장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자동차 산업에 의존하는 ‘단극구조’에서 7개 전략의 ‘다극구조’로 체질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책연구기관으로 구성된 중장기 전략위원회는 “급격한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기존 패러다임을 탈피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나열식 정책과제보다 5~10년 시계에서 미래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핵심과제들을 선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수출 회복 없인 경제성장도 없다…품목 다변화 등 새판 짜기 절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라 불리던 수출이 2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큰 축을 차지하며 ‘수출 대한민국’이라고 불렸던 시절은 까마득하다.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존재로까지 전락했다.
지난해 1월부터 뒷걸음질하기 시작한 수출은 올해 7월까지 19개월 연속 사상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8월 반짝 반등 이후에도 9월, 10월 전년 대비 마이너스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글로벌 교역 둔화와 세계 경기침체, 공급과잉과 저유가 지속 등 대외적 요인 때문이라고 애써 자위하지만 내부적인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한국 수출이 13대 주력 수출품목에 집약돼있는 것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이들 품목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우리나라 무역을 분석하기 위해 선정한 것으로,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철강, 평판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섬유류, 가전, 컴퓨터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2006년 이후 10년 넘게 바뀌지 않는 13대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국내산업의 편파적인 지원과 투자로 이어지면서 신성장산업의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13대 수출품목이 차지한 비중은 평균 5.3%로 2011년 5.7%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우리나라 13대 품목의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9.4%, 올해(7월까지) -11.8%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증가율(지난해 -8.0%, 올해 -10.1%)보다 더 부진했다.
정부는 지난해 세 차례 수출대책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없었다. 지난해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수출지역 다변화·수출품목 고도화·유망 소비재 발굴 등의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주력품목의 수출을 회복하려면 경쟁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며 "주력 제조업 내에서 새로운 수출상품을 발굴하고 제조업의 스마트화, 소비재 수출 확대, 혁신과 구조개혁 등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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