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즐기고 볼 것들이 넘쳐나는 지금, 라디오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이미 너무 새삼스러운 일입니다.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고 외친 것이 이미 1980년이니까요. 하지만 끊임없는 위기론에도 라디오는 끊기는 법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당신과 거리를 좁히고 보이는 라디오, 팟캐스트와 같은 주문형 방송으로 다각적 접근을 이끌어 내면서 라디오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라디오 시대!"라고 외치는 이유입니다. 뒤숭숭한 시국에 절망했나요? 고단한 삶에 지쳤나요? "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노래가 그대를 향해 울리"니까요(신승훈의 노래 '라디오를 켜 봐요').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라디오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죠. 그래도 정서를 다루는 건 여전히 라디오가 유일하다고 생각해요.”
SBS 라디오 변정원 PD의 말이다. 변정원 PD는 ‘두시탈출 컬투쇼’ ‘최화정의 파워타임’ 등 SBS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 두루 거쳐 현재는 매일 오전 7~9시에 방송되는 ‘김영철의 파워FM’ 수장을 맡고 있다.
“아침 프로그램을 해보니까 참 재밌더라고요. 오후 타임을 주로 하다 보니 뉴스와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아침 방송은 상대적으로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사연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오후 방송과는 달리 오전 방송은 '청취자에게 무엇을 전달할까' 하며 채우는 재미가 있어요. 심리락, 사회학, 인문학 등 방송을 준비하면서 저도 배우는 게 많아요.”
6년 간 오전 6시 프로그램 ‘펀펀투데이’를 진행했던 김영철이 지난달부터 ‘파워FM’을 진행한다. 기존 DJ였던 호란의 음주운전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김영철이 오는 데 제작진 모두가 찬성했단다.
“일주일에 한번 혹은 이주일에 한번 녹화를 진행하는 TV 프로그램과는 달리 라디오는 제작진, DJ가 매일 봐야 하잖아요. 가족 보다 더 자주 볼 정도죠. 그만큼 합이 중요해요. 만장일치로 발탁된 DJ답게 제작진과의 호흡이 정말 좋아요. 청취자에게도 좋은 기운이 전달됐는지 첫날부터 문자가 4000개를 돌파했어요. 전에 없던 일이라 깜짝 놀랐죠.”
변정원 PD는 SBS 입사 당시 선배 PD들이 했던 충고를 여전히 가슴에 품고 산다.
“신입 일때, 선배들이 항상 ‘TV PD가 리더라면 라디오 PD는 엄마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백명에 달하는 스태프가 투입되는 TV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라디오는 소수정예로 운영되기 때문에 스태프 하나하나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편집 없이 시청자와 만나는 DJ의 컨디션에 늘 신경써야 하죠. 선배들 말씀처럼 딱 엄마라니까요.”
변정원 PD는 수 많은 채널이 쏟아지는 지금도 여전히 라디오의 가치는 살아있다고 말한다. 당신의 일상에 공감할 수 있는 매체는 아직 라디오 뿐이라고, 당신에게 위로를 건낼 수 있는 매체는 여전히 라디오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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