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앞으로 유전자가위로 선택된 새로운 인간형이 등장할 것이다. 기존의 인간과 유전적 편집된 인간 사이에 딜레마도 불가피하게 생겨날 것이다."
이광형 미래학회장은 최근 서울 광화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개최된 '2016 빅 스텝(BIG STEP), ICT로 미래로!' 심포지엄에서 '도구와 사상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여기서 빅 스탭은 빅 데이터 기반의 사회, 기술, 경제, 정책 분야의 미래전략을 위한 큰 걸음을 의미한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이자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원장인 그는 올해 1월 출범한 미래학회의 초대 학회장에 선출되는 등 국내 대표 미래학자로 꼽힌다. 그는 앞으로 인류는 3가지 도구의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하드웨어(배아복제·유전자가위) ▲소프트웨어(인공지능) ▲펌웨어(바이오닉스)를 꼽았다.
우선 배아복제와 유전자가위로 인간의 정체성과 수명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중국 쓰촨대 부속병원 유루 교수 연구진은 처음으로 유전자 편집 기법으로 변형한 면역세포를 폐암 환자 주입에 성공했으며, 9월에는 미국 존 장 박사팀이 유전적 질병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 세 명의 부모의 DNA를 결합한 아이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유전적 변형에 대해 혁명적 성과라는 평가와 함께 생명의 존엄성 훼손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내가 안하면 남이 한다'라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 학회장은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일본, 한국, 미국에서도 가능하다. 죄수의 딜레마 속 올 초 영국은 유전자 교정배아 연구를 14일로 제한하는 선에서 허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기계가 출연하는 등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정신노동까지 대체하면서 로봇은 인간의 동반자이자 경쟁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세계적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에는 인공지능이 자아와 감정까지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바이오닉스로 인간의 육체적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점쳤다. 1970년대 미국의 유명 드라마 속 '600만불의 사나이'가 실제로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다. 남윤기 카이스트 교수는 신경회로를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는 바이오칩 개발을 마쳤다.
이 학회장은 "인간이 유전적 질병에서 자유로워지는 것과 동시에 유전적으로 편집된 인간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게 될 것이다. 인본주의 사상 등 과거 철학과 사상이 맞지 않은 세상을 맞게 되면서 사회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편집된 인간과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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